서른이 넘고 느끼는 것들

나이 서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30살이면 어린 아이들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 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눈물 나지만 빼박 아저씨, 아줌마다. 좀 더 그럴듯한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제 어엿한 어른이라는 말이다. 과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한 커뮤니티에 서른이 넘고 느낀 점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누군가는 개똥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감 가는 점이 많아서 이 글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20대 때는 마냥 젊은 것만으로도 외모가 반짝반짝 빛난다. 물론 그때도 못생긴 사람은 못생겼지만, 뭐랄까… 외모가 무척 원초적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 노력의 결과가 외모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확실히 관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외모는 다르다. 물론 거액을 들여 외모를 가꾸는 것은 나도 별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거(특히 녹황색 채소) 먹고, 매일 운동하고, 건강만 잘 살펴도 외모가 확 달라진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른이 넘어서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게 된다.

 

 

어렸을 때는 진짜 오만가지가 다 재밌었다. 낙엽 굴러간다고 까르르 웃던 시절도 있었고, 소주 한 병에 새우깡으로 밤새워 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 그렇게 놀기가 어렵다. 일에 지치고, 일상에 치이다 보니 삶이 점점 무료해진다.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자. 무료함이야말로 어른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에서 더 그렇다. 입사할 때는 내가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를 멋지게 이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했겠지만, 현실은 잡무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는 일도 있다. 일과 삶에서 무료함은 디폴트다. 이를 슬프게 생각하지 말자. 대신 그 무료함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행복을 찾아보자.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다. 작은 행복을 자주 만나다 보면, 무료함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건 꼭 서른이 넘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위에서는 ‘자존감’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효능감’, ‘성장형 사고방식’, ‘회복탄력성’, ‘그릿’ 등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말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긍정적인 사고 회로를 만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사 일기를 적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감사 일기만큼 긍정성에 강력한 효과를 주는 게 없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에도 부정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병원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 편한 이유가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학창 시절 친구들은 학교에서 매일 본다. 그런 만큼 친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그 시절 친구는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정해진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해서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성인이 되어 사귀는 친구는 오롯이 내 자의에 의해 사귈 수 있다. 정말 취미가 비슷하거나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친한 동료, 선후배만 만나면 절친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은 늙는다. 늙으면 신진대사도 떨어지고 병에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대로 무력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건강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면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장내 미생물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면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책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을 읽어보자) 그리고 운동도 중요하다. 30이 넘으면 확실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체력이 없으면 열정도 없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여유.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이때 중요한 것은 이 경제적 여유를 무엇에 투자하냐는 점이다. 나는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사라고 추천하고 싶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걸 배우거나, 책을 사거나. 이런 것들에 돈을 아끼지 말자.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추억이라도 남을 것이다. 또 하나 명심할 점이 있다면, 이때의 경제적 여유는 결혼과 육아를 맞으며 끝날 거라는 점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말리지 않겠다. 물론 경험을 사는 쪽으로.

 

 

여기서도 같은 말을 또 해줘야겠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결혼하려면 분명 자유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이제 늦은 밤까지 밖을 돌아다녀도 안 되고, 배우자 외의 이성에게 한눈팔아도 안 된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사람 대부분은 어느 순간 ‘후회’를 강하게 느낀다. (최소한 내가 아는 유부남 형, 유부남 누나들은 전부 그랬다) 조금 더 자유를 만끽할걸. 더 많은 걸 경험해볼걸. 더 많은 애인을 사귀어볼걸… 그러다 후회가 너무 커서 결혼을 다시 생각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다. 그러니 후회가 남지 않도록 즐길 수 있을 때 충분히 즐겨라. 다시 말하지만, 결혼하려면 자유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물론 그걸 포기하면서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 또 결혼이기도 하다.

 

참고 : 30이 넘고 느끼는 것들,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