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쓴소리

‘잔소리’와 ‘쓴소리’의 차이는 뭘까? 둘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상대가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잔소리가 된다. 반면에 듣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하고, 혹은 그 사람이 직접 요청한 경우에는 쓴소리 혹은 조언이 된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다음은 대배우라고 불리우는 연기 본좌들이 후배 연기자들에게 전하는 쓴소리이다. 과연 이 말들은 잔소리일까, 아닐까? 이를 잘 생각해보면 잔소리와 쓴소리의 또 다른 결정적 차이를 알 수 있다.

 

 

 

 

 

 

대배우들은 후배들이 촬영 현장에 나오지 않고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벤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얼핏 들으면 ‘사람들하고 좀 친해지고 그래야지’라는 꼰대의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촬영’이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다.

 

촬영은 카메라와 배우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이 둘 외에도 조명, 소품, 세트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태프와 함께한다. 그리고 이 모두를 조율하는 감독의 존재도 있다. 이들이 하나의 장면을 찍기 위해 협업하는 게 바로 촬영이다. 단순한 대사 처리 장면이라면 이런 협업이 별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액션 촬영의 경우 손짓 발짓 하나하나의 합을 맞춰야 할 정도로 치밀한 협동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벤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면 팀워크가 생길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양보해도 함께 대사를 맞출 상대 배우와는 팀워크를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촬영 전에 대사의 호흡이나 시선, 제스쳐 등을 서로 의논하며 대본에 쓰여있지 않은 디테일을 맞춰 나가야 한다. 대배우들은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따져볼 것이 있다. 왜 팀워크가 필요할까?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즉,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촬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연기는 더욱더 그렇다. 상대 배우의 협조가 없으면 최선을 다할 수 없다. 이것이 잔소리와 다른 쓴소리의 결정적 차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말은 절대 잔소리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사실 상대방이 잘 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잘 되고 싶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류의 쓴소리를 가장 잘하는 사람 중 하나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그는 스스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당시 동료 선수들은 조던을 두고 ‘소리지르는 악마’라고 부를 정도였다. 실수하는 선수한테 고함을 치고 자존심을 건드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조던을 두고 ‘성격이 더럽다’라고 말할지언정, 잔소리나 늘어놓는 꼰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모든 압박이 더 나은 결과, 즉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영화 <라스트 댄스>를 보길 바란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면, 귀찮은 잔소리 취급하지 말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 그저 남 잘 되라는 오지랖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잘 되고 싶어서 나오는 절박함이 느껴질 것이다. 나는 그 절박함이 바로 쓴소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1) 후배 연기자들에게 쓴소리한 대선배들, DVD프라임 2) 영화 <라스트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