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가인 보웬 맥코이(Bowen McCoy)는 어느날 6개월의 안식휴가를 얻어 트레킹을 하러 네팔로 떠났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패스(pass; 고개)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 북쪽의 토룽라 패스를 오르고 있었다. 그때 해발 4,700미터 지점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벌거벗은 채 의식을 잃은 사두(힌두교에서 은둔해 사는 성자)를 발견했다.

 

순간 그는 갈등했다. 의식을 잃은 사두를 도와야겠지만, 그러려면 낮은 지대로 다시 내려갈 수 밖에 없었고, 그러면 몇 개월 동안 힘들게 계속해 온 트레킹코스를 완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뒤이어 도착한 다른 트레커들이 사두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자 다시 트레킹을 계속했고, 마침내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여 큰 기쁨을 맛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맥코이는 두고두고 이 일이 가슴 속에 남았고 자신의 의사결정을 후회했다.

 

그는 의사결정의 순간에 머릿속에서 두 가지의 목표가 충돌하고 있었다. ‘토룽라 패스를 횡단하는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는 것’과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의 여행목적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의식을 잃은 사두를 보는 순간 강렬하게 충돌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토룽라 패스를 횡단하는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는 목표’를 선택했다. 그는 후에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여행은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정비하는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었다. 단순히 트레킹 완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의 더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 옳았던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의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서, 나에게 여행의 큰 목표를 제시해 주는 스승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단 하나의 목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목표, 장기목표,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 목표들이 항상 조화롭게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맥코이 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목표끼리 강하게 충돌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기한이 매우 촉박하다면, 우리는 궁극적인 목표나 장기목표에 반하는 단기목표를 선택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고 그러한 선택은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다.

 

의약회사로 유명한 머크(Merck)사도 과거에 중요한 기로에 놓인 적이 있었다. 머크사는 아프리카에서 수십만 명의 눈을 멀게 한 회선사상충증을 치료할 약을 만들기 위해 10만종의 세균을 테스트하고 2억 달러를 투자해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약을 사용할 사람들은 돈이 없는 아프리카인이었으며, 당시 어느 국제기구나 국가도 그들에게 적극적인 후원을 해주지 않았다. 머크사의 CEO였던 로이 바젤로스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공중보건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치료제를 계속 생산하고 제공해야 할지, 아니면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해 치료제 보급을 멈추어야 할지. ‘공중보건’이라는 목표와 ‘투자자의 이익’이라는 목표가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로이 바젤로스는 놀라운 결정을 하게 된다. 회선사상충증 치료제를 무상으로 무제한 나누어 주기로 한 것이다. 머크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훈은 이러 했다.

 

“우리는 이윤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인류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함으로써 창출되어야 한다.”

 

로이 바젤로스는 위기의 순간에 목표충돌이 일어났을 때 눈앞에 보 이는 단기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기업의 존립을 지탱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를 선택한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간다.”

 

이 문구에서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이 문구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목표가 있다. ‘혼자 가는 것’, ‘빨리 가는 것’, ‘멀리 가는 것’, 그 리고 ‘함께 가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목표가 이왕이면 ‘함께 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머크사는 340년 넘게 장수한 가족기업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의 80%가 파괴되어 존폐의 위기를 겪었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기적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

 

머크사가 존경받는 기업으로 34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인류의 건강증진과 사원, 그리고 고객들의 행복에 두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조상들은 틀리지 않았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