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이기는 ‘을’이 되는 법

 

우리가 가장 분노하는 뉴스 중의 하나가 바로 ‘갑질’에 관한 뉴스이다. 우리 대부분은 평생을 을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답답함을 넘어서 불합리로 치닫는 갑질을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을은 평생 갑의 눈치를 보며 당하고 사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그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나는 살면서 수많은 ‘슈퍼을’을 만나왔다. 그들은 어떻게 갑에 굴복하지 않는 강력한 을이 되었을까?

 

먼저 ‘슈퍼을’이 되고 싶다면 갑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갑의 역할은 바뀌겠지만, 불변의 본질이 있다. 갑은 권력을 쥐고 있고 그 힘은 돈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갑질’하면 대기업 회장을 쉽게 떠올리지만, 일반인도 식당이나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돈을 지불한다는 명목하에 갑질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갑을 극도로 단순하게 일반화하면 최종 소비자(구매자)나 고용주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욕구를 세밀하게 파악하면서부터 을의 반격이 시작된다.

 

만약 그들이 최종 소비자라고 한다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을 때 슈퍼을이 될 수 있다. 세상에는 갑이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모두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면 소비자도 제한된 공급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실제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슈퍼카 시장에서는 돈이 있어도 차를 무조건 살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는 주기적으로 한정판 슈퍼카를 내놓는데, 이 차를 사려면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평소에 이 브랜드 자동차를 얼마나 주기적으로 구입했고, 또 관련 브랜드에 얼마나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는지에 따라 살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한정판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수억 원짜리 자동차를 꾸준히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 정말 유명한 맛집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 가게만큼 훌륭한 맛을 제공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예약을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반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은 1년 치 예약을 받아서 예약하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방법이 전혀 없기도 하다. 이게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는 ‘슈퍼을’의 위력이다.

 

갑이 고용주라도 상황은 똑같다. 우리는 마케팅 & 기획 중소기업이라서 때로는 하청의 하청을 받기 때문에 ‘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갑질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우리의 마케팅 역량에 비용을 지불한 고용주가 갑질하면 두 번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면 중간에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끊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우리보다 지식 콘텐츠 관련 SNS 마케팅을 잘하는 곳이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위 구독자당 마케팅 비용을 환산하여 가성비를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가끔 직원들이 고객사와 미팅한다고 하면 혹시라도 그쪽에서 갑질을 보여줄 경우 제대로 된 ‘을질’을 보여주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능력이 독보적이면 아무리 피고용자라도 갑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 지금 데이터 분석이나 AI 관련 최고수들은 고용주들이 업고 다닌다고 해도 모시기 힘든 게 현실이다. 혹시나 오해할 수 있어서 강조하면 ‘최고수’인 경우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실력이 정답이다. 하지만 실력이 출중하면 갑에게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협상이라는 개념이 갑과 을에게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나는 실력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지 꼭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상에서 소비자라는 이유로 무의식적으로 갑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