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망한 진짜 이유는?

개그콘서트가 폐지된다고 한다. 심지어 마지막 방송마저 불미스러운 사태 때문에 결방하기에 이르렀다. (표면적으로는 야구 중계로 인한 결방이라고 하더라)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 프로였고, 한때 월요병은 개콘 엔딩송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국민이 애청하는 프로였는데, 그 마지막은 너무도 쓸쓸할 정도다. 도대체 개콘은 왜 망한 걸까? 어쩌다 이렇게 노잼이 되어버렸을까? 이에 관하여 개그맨들이 직접 밝히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1) 불편러 or 심의 제약

 

개콘이 방영되는 KBS가 공영방송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원래 육봉달의 대사는 ‘청둥오리를 맨손으로 때려잡고’였는데, 청둥오리가 천연기념물이라서 ‘북경오리’로 변경했다고 한다.

 

 

뿜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언니 ~하고 가실게요.”라는 대사의 경우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경고 먹고 정정 자막까지 올려야 했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구체적인 예시는 지극히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검열이 많아지면 당연히 개그가 노잼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아이디어 회의가 욕 안 먹기 위한 자기 검열 회의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프로 불편러가 나타나면서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이거 나만 불편한가요?’라는 내용의 글이 시청자 게시판에 등장했다. 이러면 당연히 정치 개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쪽 편을 옹호하면 나머지 절반을 등 돌릴 수밖에 없으니까. 정치 개그 불가. 기업 비판 불가. 종교 개그 불가. 성별 개그 불가. 섹스 개그 불가. 결국, 뚱보 개그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씁쓸한 얘기가 있다.

 

2) 유튜브

 

MBC의 웃찾사가 망하고 한순간에 백수가 된 개그맨들이 살길을 찾아온 곳이 바로 유튜브였다. 그리고 대박이 났다. 급식왕, 흔한 남매 같은 구독자 100만 이상의 초대박 개그 채널이 생긴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신인들이 유튜브 쪽으로 발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개그콘서트에는 새로운 인재가 등장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앞서 말한 불편러 or 심의 제약 이유와 연결되기도 한다. KBS는 공영방송을 이유로 갖가지 제약을 두었지만, 유튜브에서는 욕설이 난무하는 과격한 개그를 펼쳐도 된다. 심지어 일부가 불편하게 생각하더라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보통 이러면 대중성이 떨어져서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맞지 않다. 하지만 이를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팬들만 모아도 된다. 앞서 초대박 난 유튜버도 구독자가 겨우 100만이다. 상업 영화가 100만 관객 모았으면 쫄딱 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래도 충분히 수익이 나온다. 그러니 불편러와 심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재미만을 추구하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3)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개콘 출신 개그맨 김영민이 유튜브에서 개콘이 망한 색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인기 있는 개그 프로가 나오면 이를 활용해서 지방 공연을 다니거나 굿즈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연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개콘은 제작 주체(개그맨)와 사업 주체(KBS)가 분리되어 있어서 연계 사업을 추진하려면 KBS의 허락을 맡아야만 한다.

 

 

이러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우선 개그맨과 KBS 사이의 갑을 관계가 견고해진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창의력과 재미가 말라버린다는 점이다. 제작 주체가 연계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없으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저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그 신인, 새로운 코너 이런 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물론 아이디어 회의에서도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로나 지방 소극장 등에서 펼쳐지는 코미디 공연에서 픽업하는 일도 있다. 가장 좋은 방향은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콘텐츠를 제작 주체가 지원해서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돈이 없으면? 저변은 메말라 버린다.

 

비슷하게 망한 게 일본 영화계다. 일본 영화는 아무리 흥행해도 감독이나 스태프가 돈을 벌지 못한다. 제작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투자자가 거의 모든 수익권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벌지 못하니 인재도 사라지고, 저변도 얇아져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작곡가 김형석은 “영감의 원천은 입금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개그맨 김영민도 영상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는 밤샘 열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저변의 크기가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개그만큼 창의력이 생명인 분야가 없다. 그런 만큼 돈이 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불가능했던 개그콘서트의 몰락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참고 : [Real] 개콘에 관한 폭풍유감! 다 말한다, 내시십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