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말’로 인한 문제일 것이다. 애인과의 관계가 너무나도 친밀한 사이이기에 할 말과 하지 않아야 될 말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악의는 없다. 상대방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은 말을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전혀 그 이야기들이 호의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조언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혹은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지만 애인 관계에서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조언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두 사람의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진데,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바꾸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바뀌려는 의지 없이 타인의 말로서 바뀌는 경우를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설령 잠깐은 바뀐다고 할지라도 그게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는 더욱 어렵다. 남자친구 입장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니 그 부분을 끌어올리려고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노력은 전혀 여자친구에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잔소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오죽하면 명절 잔소리 가격 메뉴판이 나와 있을 정도로 잔소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족이라는 명목 아래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도 된다는 권리를 가진 것 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정말 그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한 흥미일 뿐이다. 연인 관계 뿐만 아니라 친구들 관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일에 대해 간섭하거나 상대방이 대답하기 꺼리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은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조언과 개인적인 사항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싶다면 우리의 존재가 각자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기에 쌓아온 가치관 역시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내가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 아닐까?
적어도 상대방을 바꾸고 싶다면 상대방이 스스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먼저 나는 이러이러한 고민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꺼내고 난 뒤에 조언을 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조차 조성해주지 못하면서 ‘애정을 담았다는 잔소리’라는 이유로 상대방이 내가 보기좋은 모습으로 바뀌기를 원하는 건 폭력이다.
참고 <개인주의적 연애. 제가 이상한가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