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도박 근절 캠페인

콘텐츠를 만들 때 항상 유념해야 하는 점이 있다. 바로 디테일이다.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도 자잘한 부분에서 실수가 벌어지면 그림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화룡점정이라는 말도 나왔다. 눈동자를 표현하는 작은 점. 그것에 전체 과정의 성패가 달려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진리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그 뻔한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과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음 도박 근절 포스터도 그런 경우다.

 

 

포커를 모른다면 이 포스터가 뭐가 문제인지 모를 수도 있다. 우선 아가 손에 들린 패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Straight flush)라고 부른다. 숫자가 이어지고 무늬가 같은 5장을 가리키는 말로, 이 패가 나올 확률은 0.0032%밖에 되지 않는다. 포커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높은 패 중에 하나다. 이 정도면 아예 전문 포커 선수로 영재 개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래 사진에 등장하는 패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스페이드로 이루어진 패이다. 그러니까 이보다 더 높은 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뒷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올인해야 한다. 사기도박이 아닌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이 패가 등장하면 해외 토픽에 실린다…

 

이 정도면 도박을 근절하자는 건지, 인생을 걸라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광고 후원이 강원랜드… 설마?) 당연하게도 이 공익 광고는 네티즌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이렇게 디테일을 놓치면 좋은 의도는 사라지고 멍청함만 남는다.

 

내가 낸 세금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광고를 찍었다고 생각하니 살짝 열불이 오른다. 다행히도(?) 이런 삽질을 저지르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국가도박중독위원회에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도박 근절을 위한 공익 광고를 만들었다.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자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국가는 독일이었다. (그러게 영국에 걸었다고 했어야지…)

 

 

참고
1) <아빠, 같이 놀아요>, DVD프라임
2) <실패한 공익광고류 甲>, 오늘의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