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고통이 바로 인간관계다. 거의 전부라고 봐도 좋다. 그런데 가뜩이나 어려운 직장 내 인간관계가 더 확장할 때가 있다. 바로 동료나 상사의 가족과 접하는 순간이다. 사실 직장 동료라고 해도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인간적인 교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가족 이야기도 듣게 되고, 친해지면 가족과 만날 수도 있다. 딱히 만나고 싶지 않아도 회사 행사 때문에 만나야 할 때도 있다. 혹은 아래와 같이 아주 황당한 일로 접하게 될 때도 있다.
과거에는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가족끼리의 만남도 스스럼없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90년대생은 개인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거치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제 ‘사생활 침해’가 무례한 짓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도 하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존재도 드러내기보다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너무 과보호하는 인상을 심어주면 인간미 없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오픈하며 사생활 침해를 감내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살짝 약은 지혜가 필요하기도 하다. 내가 위 사례의 남편이었다면 “아내가 자기 허락 없이 연락처 알려주는 걸 싫어해요.”라고 핑계를 댈 것 같다. 뭐, 아내한테 잡혀 사는 남자처럼 보일 순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 거 아니냐?) 뒤에 이어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피해갈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이것은 임시방편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게 많이 필요한 게 특히 상사들이다. 과거 버전의 사생활 침해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윗사람이다 보니 상대방이 불편할 만한 부탁도 아무런 인식 없이 할 수도 있다. 위에서도 ‘남편이 막내는 아니라 눈치 안 보고 얘기는 했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 ‘그럼 막내는?’이었다. 갑질은 이렇게 탄생한다.
이건 여담인데, 자기 도시락 싸기 귀찮다고 다른 사람보고 도시락 싸지 말라는 심보는 정말 고약한 것 같다. 이런 게 심해지면 나도 망했으니, 너도 망하자는 공멸의 태도가 된다. 이런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발전도 없고, 심지어 주변을 끌어내리는 존재일 뿐이다. 이런 사람을 피해갈 줄 아는 것도 아까 말한 살짝 약은 지혜일 것이다.
참고 : 남편 도시락 싸줬다가 동료 와이프분이 전화가 왔어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