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운동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신발이 있다. 바로 나이키 알파플라이 넥스트!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10킬로를 남성은 45분 내로, 여성은 50분 내에 달린 기록이 있어야 최소한의 구매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바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이 갖춰지면 추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력이 안 되면 사지도 못한다는 걸 보고 러너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살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 기준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하거나 나이키 상술에 화를 내거나 자격 기준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결심하거나.

 

 

신발로 차별을 두어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다. 나이키의 마케팅과 비슷한 사례를 책 <그로스 아이큐>에서 찾아봤다. 제품확장 편에서 소개되는 ‘카일리 코스메틱’은 자신만의 제품 라인인 ‘립 키트’를 한정 기간 동안 프리미엄급 가격으로 출시해 몇 분 만에 매진시킨 적이 있다. <그로스 아이큐>의 저자 티파니 보바 이런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단계를 충실하게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 브랜드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2)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3) 그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나이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나이키는 무료 달리기 기록측정 앱 ‘나이키 런 클럽’ 을 통해 일반인들이 달리는 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하며 틈새시장을 확장해 오는 한편 운동선수의 고객 경험에도 초점을 맞췄다. 2016년부터 나이키는 세계적인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와 마라톤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시간의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브레이킹2’라는 프로젝트 아래 생체역학, 생리학, 심리학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만들었고, 2019년 10월 12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엘리우드 킵초게는 1시간 59분 40초의 비공식 세계 신기록으로 42.195 km를 완주하며 2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이때 킵초게가 신었던 신발이 바로 이번 신제품 [나이키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의 전 모델이다. (하.. 이름 너무 길다..)

 

 

 

사실 이번 신제품은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을 위해 설계되고 개발된 것인데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이런 방법으로 공개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이키의 이런 마케팅 방법에 크게 불만은 없다. 막대한 명성과 힘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도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좋은 제품을 비싸게 소수만 판매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희소성 마케팅 전술은 절대 모래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수년간 제품 설계부터 제조, 마케팅, 판매까지 성공적으로 가능하게 한 이 공룡기업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다.

 

 

※ 나이키 광고 아님

 

참고

<그로스 아이큐>, 티파니 보바

<Eliud Kipchoge Breaks Two-Hour Marathon Barrier in 1:59:40>, sports illustrated

나이키 홈페이지 (https://www.nike.com/kr/ko_kr/event/air-zoom-alphafly-regi)
<Nike’s (Almost Banned) Air Zoom Alphafly NEXT% Runner Drops in June>, highsnobiety

유튜브, 달리기를 사랑하는 남자

 

written by 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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