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작년에는 카페에서 매장 내 이용 시 일회용 용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가 바뀌었다. 이제 카페에서 머그잔과 유리잔을 사용하고, 텀블러를 쓰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 작년 말에는 박스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마트 박스 포장을 금지하자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쳤고, 규제 시행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플라스틱의 폐해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이미 그 심각성이 극에 달했다. 플라스틱 봉지가 목에 걸려 죽는 바다거북이나, 스티로폼 알갱이가 몸속에 쌓인 물고기의 이야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사람이라고 안전할까? 비스페놀A(BPA)처럼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작동하여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항체 수치를 높여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싶다면,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를 추천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없으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항상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박스 대란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시민들의 불편함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줄여야 하지만, 마냥 줄일 수가 없다. 이처럼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딜레마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발상이 기막힌 아이디어다.
위는 요즘 나오고 있다는 완충재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 물에 녹여 버리거나 화분에 거름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먹어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물질이라면 쓰레기로 버려도 금방 분해될 것이다. 원래 완충재로 쓰였던 스티로폼이 불러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옥수수 완충재 덕분에 스티로폼이 사라진다면, 가히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발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기 위해 먹는 접시나 먹는 수저를 개발한 업체가 있었다. 옥수수 전분 완충재는 이러한 발상을 좀 더 현실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창의력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샘솟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실용적이고 쓸모 있는 아이디어는 과거의 기발한 발상을 개량한 경우가 더 많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면, 관찰은 모방의 어머니이다. (따라서 관찰은 창조의 할머니!)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다면 많이 경험하고 많이 관찰해야 한다. 꼭 현장을 찾아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나는 먹는 식기류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서 보았다. 발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자.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다.
참고 : 에펨코리아, 요즘 택배 완충제 근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