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은 열일곱 살에 카네기 홀에서 데뷔했고, 수많은 상을 휩쓸며 각종 언론에서 ‘신동’, ‘천재’ 등의 찬사를 받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4백만 달러에 육박하는 (1713년에 제작) 명품 바이올린을 들고 워싱턴DC의 출근길 지하철 역사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43분 동안 연주했다. 어떻게 됐을까?
‘지하철역 콘서트’ 실험은 워싱턴 포스트 기자 진 바인가르텐(Gene Weingarten)이 기획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길거리에서 연주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기자가 이 실험을 기획한 것은 ‘천재의 재능이란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력하게 믿었던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몰려들 때를 대비해서 경호원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측과는 완전히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43분 동안 연주의 총수입은 32달러 17센트였다. 그 앞을 지나간 1097명 중 바이올린 케이스에 연주비를 넣은 사람은 27명, 그 중 20달러는 유일하게 조슈아 벨을 알아본 한 여성 팬이 넣은 것이다. 이 한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주를 거의 듣지 않고 돈을 넣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잠깐이라도 멈춰 연주를 들은 사람은 7명이었다. 그곳은 단 한 순간도 북적이지 않았다. (참고로 이 실험 3일 전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열린 조슈아벨의 연주회는 100달러가 넘는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1분 연주에 1,000달러의 가치)
조슈아 벨은 이 경험 후에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마치 사람들이 저를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
“At a music hall, I’ll get upset if someone coughs or if someone’s cellphone goes off. But here, my expectations quickly diminished. I started to appreciate any acknowledgment, even a slight glance up. I was oddly grateful when someone threw in a dollar instead of change.”
(뮤직홀에서 연주 중에 누군가 기침을 하거나 핸드폰 벨이 울리면 저는 화가 났을 거에요. 하지만 이곳에서 제 기대는 빠르게 사라졌어요. 누군가 저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심지어 잠깐 쳐다봐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1달러를 받는 느낌도 정말 이상했어요)
이 실험 결과에 대해 미국 국립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MARK LEITHAUSER는 액자효과로 설명한다. 미술관에 걸려있던 5백만 달러의 추상화 걸작을 액자를 떼고 레스트랑의 벽에 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그림 아래 150 달러라고 붙여놓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어떤 것의 진가를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품의 진짜 가치가 아니라 상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충분히 뛰어나다면 누군가 반드시 알아봐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타인이 알아봐 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무리 훌륭한 음악을 연주한다고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귀에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능력을 충분히 연마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내 능력을 적합한 사람들에게 드러내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참고로 이 실험을 기획한 기자는 200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참고
<Pearls Before Breakfast: Can one of the nation’s great musicians cut through the fog of a D.C. rush hour? Let’s find out.>, 워싱턴 포스트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잭 내셔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