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창업했는데…jpg

‘워라밸’이 직장 생활의 중요한 화두로 올라온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어서 ‘경제적 자유’가 새로운 관심사로 등극했다. 대학에서 부자학을 가르친다는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비결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중 첫째가 “일반 직장 그만두고 당장 장사(혹은 사업)에 뛰어들어라.”였다.

 

확실히 부자가 되려면 월급쟁이에 머무는 것보다 장사에 나서는 게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장사에 나선다고 무조건 워라밸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다음은 <골목식당>에 등장한 어느 자영업자의 사연이다. 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장사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꿈과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고 한다.

 

 

 

 

 

 

1) 자영업자는 휴일이 없다

 

위 사장님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특히 일요일만이라도 꼭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혹은 부모님이 장사를 했던 분이라면) 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은 휴일이 있지만, 자영업자는 휴일이 없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은 더 못 쉰다. 손님도 많이 오고, 메뉴도 더 비싼 걸 시키는 게 바로 빨간 날이다. 그때 쉬겠다는 건 매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게다가 쉬는 날을 두어도, 그게 쉬는 게 아니다. 재료 조달부터 회계 관리까지 장사를 안 하는 날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은 ‘회사는 전쟁터이지만,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에 절절히 공감한다고 한다. 한시도 쉬지 못하고 돈 벌 궁리만 하며 사는 것보단, 그래도 월급 따박따박 들어오는 안정적인 상황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건 장사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하소연이다. 장사까지 안되면… 그건 진짜 지옥이다.

 

2) 모르면 당한다, 직접 부딪혀 공부하라

 

그런데 방송에 출연한 사장님은 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을까? 잘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내 장사를 하면, 최소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고, 월세를 내야 하는 날이 코앞이면 편히 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장사는 특히 더 그렇다. 여기서 공부는 그저 글로 배우는 게 다가 아니다. 직접 가서 몸으로 배워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좋은 수단도 있다. 바로 아르바이트다. PC방을 열고 싶다면, PC방 아르바이트부터 해야 한다. 편의점을 열고 싶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해야 한다. 그렇게 직접 경험해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3) 운의 영향력을 간과하지 마라

 

그럼 제대로 공부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장사는 제대로 열심히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위 사장님도 하필 코로나 사태를 맞이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운이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때려달라고 뺨을 갖다 대는 수밖에 없다. 돈다발로 맞을지, 주걱으로 맞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 운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첫째, 불확실성을 수용해야 한다. 운의 영향력이 존재하고, 이것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둘째, 운의 영향력을 측정하라. 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할 수 있어야,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셋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운이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장사 시작할 때 가게 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말이다.

 

참고

1) 쌀국숫집 사장, 안타까운 이 시국 창업에 눈물, SBS Entertainment 유튜브 (링크)

2) 책 <일취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