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명문대에 가면 좋은점 3가지?

요즘 대학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대학 간판보다 실력을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고자 한다. 공채가 축소되고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는 현실이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 면에서도 고퀄리티의 온라인 강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한 유명 인터넷 강사가 강의 도중에 명문대에 가야 할 이유를 설명한 내용이다. 그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슈이기에 이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여러분이 진학하는 대학과 그다음에 여러분이 미래에 얼마나 잘 살아갈 것인가는, 금전적이든 뭐든,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서울대 간다고 다 재벌로 살아? 아니잖아. 서울대 간다고 다 평균적으로 잘 살고, 지방대 간다고 평균적으로 다 못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럼 공부하지 말란 거냐? 그게 아니고… 상위권 대학을 갔을 때 너에게 떨어지는 이득이 딱 3개가 있어.”

 

“첫째, 네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딱히 증명하지 않아도 돼. 남들이 다 ‘얘는 똑똑하겠지.’라고 알아줘. 이거 인생살 때 되게 편한 거야. 예를 들어 학원에 처음 수업 들으러 왔는데 머리 색깔 이상한 선생님이 딱 들어왔어. ‘이 사람 뭐지?’ 했을 거 아냐? 그런데 학력란에 그래도 네가 이름 정도는 들어본 학교가 있어. ‘이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학력란에 다른 학교, 네가 이름도 못 들어본 이상한 학교가 들어가 있었다고 생각해봐. 인상 확 달라지지 않았을까? 수업을 몇 번 듣기까지 이 사람이 멀쩡한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섰을 거라고.”

 

“둘째, 유유상종, 끼리끼리 논다고 하죠. 괜찮은 학교에 가면 주변에 다 어느 정도 똘똘한 애들이 와요. 이게 되게 커요. 주변에 비슷비슷하게 똑똑한 애들끼리만 모여 있다.”

 

“셋째, 일반적인 일을 할 때 학벌이 괜찮으면 2번째, 3번째 기회가 쉽게 옵니다. 네가 학원 원장이야. 선생님을 뽑으려고 해. 두 명이 원서를 썼는데 둘 다 강의 경력이 없네? 둘 다 불러서 시강을 시켜봤어. 그런데 둘 다 강의가 개판이야. 한 사람은 서울대 영교과를 나왔고, 한 사람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지방대를 나왔어. 그 상황이면 ‘지방대는 역시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니? 반면 서울대면 ‘경력이 없어서 그렇지, 시켜보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위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나는 처음에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게다가 도덕적으로도 좋은 얘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울대 나와도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SNS가 워낙 발달해서 실력과 영향력만 있으면 대학 간판 없어도 충분히 좋은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다. 학벌이 괜찮다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은 결국 편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서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편견이라는 거,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해야 한다. 대학 간판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수많은 편견에 휘둘리는 존재고, 그래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강사의 말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심리학자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다. 그는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는 게 아니며, 인지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림짐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경제 주체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라는 기존 경제학의 주장에 반박하며,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낳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인간이 비합리적인 존재, 편견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그걸 인정한다면, 명문대에 들어갔을 때 좋은 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그저 인정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편견을 인정했다면, 그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대학 간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채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개인은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항상 의식적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국가는 교육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편견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 모이다 보면 우리를 둘러싼 편견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명문대 가면 좋은 점 3가지’가 아니라 ‘명문대 안 가도 좋은 점 3가지’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나부터 편견 없이 살고자 노력하겠다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 인서울 명문대에 가면 좋은점 3가지, 이토랜드 (링크)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스카이 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