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자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스포츠 세계는 유난히 짧고 강렬하다. 일단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시기가 짧고, 경기 결과로 모든 걸 증명하기에 한 경기마다 부담감이 엄청나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은 한 경기 한 시즌 모두 최선을 다한다.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이 보인 퍼포먼스에 따라서 연봉도 많이 올라가고,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 지난 토트넘과 노리치 경기에서 감명 깊은 한 물병(?)을 봤다. 수문장의 고민과 노력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노리치 팀의 수문장 크룰은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에서 토트넘을 물리치며 8강에 진출했다. 그는 토트넘의 키커 패럿과 제드송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면서, 8강으로 팀을 이끈 주역이 되었다. 외신에서는 크롤이 막강한 토트넘 키커를 막아낸 데에는 슈팅 패턴을 익힌 ‘물병’의 도움이 있었다 전한다.
“크룰은 물병에 토트넘 선수들의 PK 성향을 모두 정리했다.
각 선수들 이름 옆에, R(오른쪽), L(왼쪽), Stand(중앙)’라고 메모했다.”
팀의 승부가 결정되는 패널티킥에서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키커와 골키퍼의 1:1 승부이기 때문에, 기회는 한번 뿐이고, 골키퍼는 이를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 크룰의 물병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프로의 차이는 이런 한 끗을 더 끌어올리는 데 있다. 남들이 경험과 감에 의존할 때, 그는 조금 더 정확하고 자신이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골을 막아내, 결국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은 크롤의 물병을 커닝 페이퍼라 불렀다. 하지만, 그 물병에서는 그만이 가진 승부욕과 프로의식을 볼 수 있었다.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과 데이터 기반 사고를 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
경험은 자신이 해석한 견해가 들어가서 모든 경험에서 배운 교훈이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데이터는 객관적이고 팩트 기반이기 때문에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 크롤은 키커들의 성향 데이터를 정리해 물병에 붙여두었다.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에서도 이런 통계적 사고가 여전히 빛을 바란다. 프로의식과 통계적 사고가 있을 때, 한 사람의 기량은 경험을 뛰어넘는다. 항상 이 두 가지를 잊지 말고 자신에게도 적용해보자.
참고 <[FA컵 ISSUE] ‘물병 커닝페이퍼’에 토트넘 울었다…크룰 GK의 치밀함>, 인터풋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