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아마 앞으로 바둑 역사에 영원히 기억되는 바둑 기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이 이세돌이었으니까. 이제는 알파고를 능가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고,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바둑 실력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세돌을 알파고 이후에 알게 된 사람이라면, 상당히 부드러운 면모만 아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세돌은 공격적인 기풍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입담도 기풍 못지않게 화끈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어록을 한 번 살펴보자.
역시 가장 유명한 건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가 아닐까 싶다. 사실 그의 입담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는데, 과거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말로써 세계를 제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장면은 나도 아직 기억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안티팬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중국 쪽에서는 이세돌한테 바둑과 입으로 두 번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세돌의 이런 어투를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자신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왜 그럴까? 그의 실력과 커리어를 보면 그가 뱉은 말이 틀린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세돌뿐만이 아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이런 도발적인 발언이 자주 등장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엄청난 고수이고 세계 최고의 실력자라면 그 앞에서 주눅 들지 않기 위해 더욱더 도발적인 발언을 내뱉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언을 현실로 만들면 건방지다는 소리는 쏙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감과 오만함을 가르는 차이는 실력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꼭 승부의 세계에만 통하는 이야기일까? 보통 인간관계에서도 실력은 중요하다. 아직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말발이 서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도 없는데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에 힘을 잃게 된다. 반면 말은 좀 어눌하더라도 실력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두고 진국 혹은 진짜배기라고 한다. 이세돌은 진짜배기였고, 그래서 그의 말은 자신감의 표현이 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진짜배기가 될 수 있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 이세돌 리즈 시절 중국 인터뷰 패기.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