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4,000개를 한 달 만에 다 외우실 수 있나요?

 

“여러분은 영어 단어 4,000개를 한 달 만에 다 외우실 수 있나요?”

 

강연에서 내가 자주 꺼내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면 반응은 언제나 냉랭하다. 살면서 평생 외운 단어가 4,000개가 안 될지도 모르는데, 한 달 만에 4,000개를 외울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거의 모두가 헛소리 집어치우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과연 여러분은 한 달 동안 4,000개의 단어를 다 외울 수 있습니까? (참고로 웬만한 단어장의 표제어는 3,000개가 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단어장 하나를 통째로 한 달 만에 외우는 것이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여러분이 한 달 동안 단어 4,000개를 완벽하게 외울 경우 제가 10억을 준다면 다 외우실 수 있나요?”

언제나 두 번째 질문이 나오면 놀라운 반응이 이어진다. 일단 강의장이 엄청나게 술렁인다. 몇 분 전에 냉랭했던 그리고 숨 막혀 보이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들 미소를 띤다. 그리고 정말 주는 것도 아닌데 어떤 친구는 할 수 있다며 손까지 든다. 그렇다. 임계점을 넘긴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친척분들이나 부모님 친구분들이 자녀들 학습 때문에 내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나는 언제나 이 명확한 동기부여에 관해서 설명해드린다. 보통 학생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아도 영어 독해를 잘하지 못하고 시험 점수가 낮은 것은 수업 방법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공부에 동기부여가 없어서 수업에 몰입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이유가 그러하니 이렇게 시도해 보라고 말씀드린다. 어차피 학원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과감하게 학원을 끊고 단어를 일주일에 500개 외우면 학원비를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라고 한다. 결과는 어떨까? 80% 이상이 몇 년 동안 외우지 못했던 단어를 불과 몇 달 만에 다 암기한다. 시험 결과는? 물론 5~7등급을 받던 아이가 대부분 2~4등급까지 수직 상승한다. 그렇게 동기부여의 정도가 임계점을 넘기면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다. 외재적 동기를 너무 왜곡하여 이용하면 내재적 동기가 훼손될 수도 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재적 동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외부 동기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동기(motivation)를 심장(heart)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동기가 없어서 완전히 무기력한 상황은 심장이 뛰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심장이 급작스럽게 멈추면 우리는 어떤 조처를 하는가? 심장이 멈췄을 때 우리는 심장 제세동기로 강력한 전기충격을 준다. 그렇게 해서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동기부여도 똑같다. 정말 무기력할 때는 외부 동기가 내부 동기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매우 필요하다. 제세동기와 같이 동기도 외부에서 제대로 부여하려면 임계점을 넘긴 정도의 충격(impact)이 필요하다. 그렇게 의지를 다시 뛰게 해서 작은 성취를 경험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내부에서 조금씩 자라게 된다. 동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이제는 외부 동기 적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잘 뛰는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준다고 상상해봐라. 그건 이제 도움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내부 동기라는 핵심 엔진을 어떻게 꾸준히 작동하게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이 ‘자율성’이라는 연료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목적 자체를 자신의 성장에 둔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내재적 동기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바로 회사 생활이다. 만약에 훌륭한 상사를 만나서 주도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업무를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회사도 같이 성장한다고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내재적 동기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괜찮은 상사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는 조직에서 답을 찾지 말고 개인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 자율성이 높은 공부나 운동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다.

 

사람의 감정은 절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내일 9박 10일로 휴가를 떠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오늘 업무가 힘들어도 “그래 오늘만 잘 참자!”하고 기분 좋게 업무를 마무리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10년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업무를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렇게 감정은 확산한다. 동기부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직에서 자율성을 느끼지 못할수록 주도적인 개인 학습이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전히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내재적 동기가 비활성화되어도 내 삶에서 내재적 동기의 불꽃을 완전히 꺼뜨리면 안 된다. 내재적 동기가 활활 타오르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꾸준히 유지만 되어도 직장생활에 큰 긍정적 영향을 준다. 또 살아 있는 동기의 불씨는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우리 인생에 다시 시동을 걸어준다.

 

실제로 회사 재직 시절에 우리가 개발하던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아 소속팀이 구조조정 된 적이 있다. 하는 일은 똑같지만, 인력이 줄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은 배로 늘어났고, 팀이 완전히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모두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자율성 같은 부분은 생각도 못 하고 하루하루 버티며 일하는 날이 많아졌다.

 

부서원의 스트레스 지수는 갈수록 높아졌고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업무적으로 정말 숨 막히는 환경이었지만 개인 공부와 운동은 당시 인생이라는 총체적 관점에서 엄청난 활력소였다. 그 활력소는 업무에서 오는 답답함을 상당히 해소해 주었다. 그래서 다른 부서원에게 독서와 운동을 강하게 독려했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동료 직원이 운동이나 독서를 함께했다. 특히 잠깐이지만 점심시간에 했던 독서나 운동은 일 때문에 침체한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록 잠깐의 활력이지만, 그 에너지는 업무에 조금씩 영향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내재적 동기의 확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말 고무적인 사례는 우리 부서에서 투덜이 스머프라고 불렸던 병식(가명)이가 독서를 통해 내부 동기에 시동을 걸더니 결국에는 사이버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해 전자과 학부 학위까지 받은 일이었다. 병식이는 그렇게 터득한 지식을 업무에 고스란히 적용했다.

 

나는 항상 업무든 공부든 동기부여가 51%라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어떤 일이든지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문제의 답을 직접 찾도록 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문제 해결의 동기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를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하여, 외부 동기로 가능성을 만들고 내부 동기로 가능성을 꼭 실현하기를 바란다. 동기부여에 관한 글이니 기운차게 끝낸다.

 

“모두 파이팅!”

 

참고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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