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상 기록은 그 사람의 자서전이 된다
작은 기록이 모여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일상의 소소한 순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봤다. 한 사진작가가 1995년부터 20년간 부모님과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해서 기록했다. 우리가 자주 맞이하는 순간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는 부모님과 헤어지는 장면을 20년간 촬영했다. 그 사진들 속에는 부모님이 작가를 보는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떠나는 걸 아쉬워하면서도 응원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2009년에는 작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 마지막 작별 사진이 있고, 2013년에는 딸을 혼자 배웅하는 어머니의 사진이 담겨 있다. 2017년 마지막 사진에는 아무도 없는 배웅 사진으로 20년간의 기록이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는 카메라로 이런저런 사진들을 많이 찍는다. 이제는 모든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려서,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그냥 이쁘니까 찍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무의식적으로 일단 찍고 보는 거다. 작가의 20년간의 기록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부분은 우리가 어떤 작고 소소한 기록이던지 인덱스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서 기록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의 부채로 쌓인 정리하지 않은 여행 사진들이 얼마나 많은가. 작가가 20년 동안 찍은 사진은 모두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작가가 다르게 했던 것은 어떤 인덱스를 붙이느냐였다. 소소한 사진이라도 의식적으로 찍는다면, 그것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예전에 여행 가서 만났던 한 덴마크 여행자의 말이 떠올랐다. 은퇴 후 태국에서 살고 있다는 그는 이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의견은 어차피 찍어도 별로 보지도 않을 사진인데 왜 찍느냐였다. 그의 말도 십분 공감한다. 정리하지 않고, 그저 찍는 행위만 있다면 사진은 우리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에 맞는 인덱스를 준비해 보자.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담다 보면 언젠가 우리의 인생을 비춰볼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참고 <1995년부터 자신을 배웅하는 부모님을 찍은 사진가>, fm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