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대학 입학문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맘때쯤 SNS에서 꼭 한 번씩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학가 똥 군기 문화다. 매년 한 번씩 대학가에서 이상한 선배들의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짓으로 인한 사고 사례가 나온다. 술을 너무 많이 먹여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말도 안 되는 규칙으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그 전 신입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온라인에 제보를 하게 되고, 온라인상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게 일종의 루틴이다.
이번 사례는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신입생이 캠퍼스 내에서 지켜야 할 것을 연락 양식, 복장 양식, 인사 양식 등 3가지로 나누어 공지했다. 신입생이 선배에게 연락할 땐 쉼표, 물음표, 느낌표와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연락 시간에 대해서도 표현을 달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0시∼09시에 연락 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표현을, 21시∼0시에 연락 시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다. 또 날이 바뀌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000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말을 시작해야 하고 말끝마다 ‘선배님 혹은 교수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도록 지시했다.
대학가의 군대 문화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저걸 왜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아마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 역시 이게 무슨 문화인지도 모른 체 마치 전통처럼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이상한 규칙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말했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학과나 동아리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애초에 이것이 잘못인지도 모른다. 이를 인지하고 스스로 끊어내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매년 군기 문화를 없애자 부조리를 없애자는 말을 하며 당할 땐 선배들을 욕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군기를 잡아 놓으면 관리하고 편하니까 혹은 자기가 군기 잡는 게 아니기에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방관한다. 그러다 보면 똑같은 일이 아마 2021년에도 일어날 것이다. 군대 때 항상 듣던 말이 있었다. 나때는 개같았는데 너네는 지금 편한거라고. 후임 기수로 가면 갈수록 편해지다 보니 본인이 나갈 때쯤이면 부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말했다.
부끄럽게도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부조리 있던 것을 다 해결하려고 노력했었고 실제로도 해결했지만, 점차 과하게 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가면 제대로 돌아갈까? 이런 오만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있었던 부대는 사고 사례 하나도 없이 전혀 잘못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군기가 좋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군기를 잡기 위해 나온 이상한 부조리들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가 늘어날 뿐이다.
나이는 권력이 아니다.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군기 문화를 들먹이는 건 자기들끼리는 멋있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이 밖에 없는 권력은 그저 한심한 웃음거리일 뿐이다.
참고 : 2020년 New 버전 대학교 군기.jpg,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