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쓰는 게 창피한 애인

어른이 된다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에 죽음과 세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점인 것 같다. 우리는 국가에 많은 것을 바라지만, 세금 내는 돈은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공제나 소득 미신고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43%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모르면 대부분 정치 싸움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근본적인 프레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로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전형적인 ‘어른이’들이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체크카드 쓰는 게 창피한 애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만약에 진짜 저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진지하게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맞다. 일단 체크카드 쓰는 것이 창피할 정도이면 자존감이 엄청 낮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뭘 해도 타인을 의식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연인이나 배우자가 다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소득 공제율이 높다. 신용카드는 15%이고 체크카드는 30%이다. 신용카드 혜택이 아무리 좋아도 소득공제율 15% 차이를 메꿀 정도의 금전적 이득을 얻기는 어렵다. 그리고 체크카드를 써야 지출통제 환경설정을 이뤄 돈을 잘 모을 수 있다. 저 정도 의식 수준이면 사실 소득공제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를 확률이 높다. 환경설정은 더 먼 얘기가 된다.

 

사실 나도 돈을 처음 벌었을 때는 세금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러다가 종합소득세가 1억이 넘어가면서 (소득이 1억이 아니라 세금이 1억이다) 세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높아졌다. 사실 세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절세를 해야 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에 일을 더 해서 소득을 올리는 게 마음도 편하고 공동체 관점에서 더 좋다고 판단해서 나는 절세를 1도 하지 않는다. (전담 세무사 최고의 고객님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다. 그렇게 세금은 우리 삶에서 본질적인 부분이고 체크카드는 그 본질에서 상당히 많은 혜택을 주는 수단이다. 그것을 쓰는 것이 창피하다면 정말 답이 없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나는 대기업에 다녔을 때도, 소득이 상위 1% 안에 들어왔어도 체크카드를 쓴다. 그리고 1도 창피하지 않다.

 

참고 : 남자가 체크카드 갖고 다니면 없어보이냐?, 개드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