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가 소방관이다.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람들. 초능력은 없지만, 소방관이야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진정한 히어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소방관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올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구조활동 중에 사고를 내면 그 책임이 소방관에게 돌아간다. 사고 처리 비용도 소방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성과급 불이익에 벌금에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명백하게 소방관 과실이라면 책임져야 하는 게 맞지만, 위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고가 일어나도 이를 책임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에 소방관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 사고는 마무리가 남달랐다.

사고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차주의 마음 씀씀이가 참 멋있다. 차가 얼마나 파손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고치는 비용이 한두 푼도 아닌데, ‘차 바꿀 거에요’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소방관에게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세상에는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훈훈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저 훈훈한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만약 저 상황에서 소방관에게 이것저것 따지며 시간을 끌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긴급 환자의 골든 타임이 지나버리고 소중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수리비를 청구하지 않은 것보다 현장에서 빠르게 상황을 수용하고 소방관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더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방관, 경찰, 군인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시민들의 태도뿐만 아니라 해당 조직의 유능함과 청렴함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리와 부패가 없는 조직을 이루고, 시민들은 이에 존경과 고마움으로 보답하는 나라. 위 사례 덕분에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 오늘 아침에 교통사고를 냈습니다ㅠㅠ, 보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