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것은 세상 진리이다. 결국에 우리가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먹고사니즘 관점에서 이직 및 재취업을 해야 하는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적응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주변에 보면 어떤 상황에서든 유독 빨리 적응하는 능력자들이 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초능력을 가졌길래 마치 유기체에서 항체의 공격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전혀 문제없이 시스템에 녹아들어 가는 것일까?
1. 상호성의 법칙을 적극 활용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보다 강력한 진리는 없다. 이것을 전제로 연역 추리를 시작하면 상호성의 법칙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인생은 Give&Take이다. Take&Give를 하면 결과적으로 똑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핵심은 시간이라는 변수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면 무언가를 받았을 때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자가 붙기 마련이다. 이게 상호성의 법칙에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보통 무언가를 받는 사람은 어떤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반드시 갚으려는 마음이 든다. (물론 아닌 사람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때는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받는 것을 돌려주려면 결국 이자를 쳐서 줘야 한다. 그래서 먼저 주면 이기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는 사람은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주려고 한다. 여기서 무언가는 절대로 금전적일 필요가 없다. 노력이든 관심이든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무형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것만 잘 활용하여 주변에 적극적으로 뿌려도 이자를 톡톡히 얹어서 회수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무엇보다 공짜를 좋아한다. 결국, 이 간극에서 오는 위치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다.
2. 약자에게 잘해준다
대부분 착각하는 것이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자에게는 적당히 눈 밖에만 안 나면 된다. 신참이 권력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일단 적응하고 퍼포먼스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응 기간에는 그 조직에서 가장 약자에게 잘해줘야 한다. 아무리 약자라도 먼저 조직에 와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관하여 훨씬 더 잘 알고 인간관계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열 구조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바빠서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눈치 보느라 정서적으로도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적응 기간에 적극적으로 일도 돕겠다고 하고 또 정서적인 부분도 많이 공감해주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렇게 실제로 활동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과 친해지면 적응은 시간문제이다.
실례로 내가 대학원 재학 시절 다른 연구실로 파견 나간 적이 있다. 맨 처음에는 그 연구실의 교수가 내 부지도교수가 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 말은 내가 한 일이 그 사람 실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다른 교수가 내 공식 부지도교수가 되었다. 그러자 파견 나간 연수실의 교수는 모든 대학원생에게 나에게 어떤 내용도 알려주지 말라고 이메일을 뿌렸다. 나는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특정 기술을 반드시 배워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그 연구실에는 학부 연구생 2명이 인턴으로 있었고 나는 그 친구들과 앞서 말한 방법으로 금방 친해졌다. 학부 연구생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연구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교수는 많이 찌질한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진짜 별것도 아닌데 그걸 안 가르쳐 주다니… 심지어 우리 지도 교수한테는 학술적으로 거짓말도 했다.)
3. 시스템을 개선한다
이것은 중급자 이상을 위한 노하우다. 언제까지나 절이 싫다고 중이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로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우선 자신보다 높은 랭킹에 있는 사람을 반드시 설득해야 하기에 일단 자신이 하는 일을 110% 잘 해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선될 시스템이 나에게 이익이 아니라 조직 전체와 그중에서도 의사결정권자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매우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개선안을 냈으면 이를 구현할 실력도 겸비해야 한다. 결국은 ‘학습능력 + 실천력’이 중요하다. 그럴 실력만 있다면 과장 조금 더 보태서 절을 하나 새로 세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