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큰 틀에서는 노년기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입만 열면 버럭대는 까도남 만석 할아버지는 이름 없는 여인 송 씨 할머니를 만나 아이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간다. 군봉 할아버지는 어려운 처지에도 치매에 걸린 영옥 할머니를 물심양면으로 보살피며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년기의 사랑이라는 소외된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원작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높게 쳐주는 지점은 사랑이라는 낭만이 아니었다. 외롭고 힘들고 결정적으로 가난한 노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1위라고 한다. 그 냉혹한 현실을 담아내면서도 끝까지 따뜻함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시대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 엠 샘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샘은 장애가 있어 정신연령이 7살에 머물러 있다. 딸인 루시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지능이 아버지를 넘어설까 봐 걱정하게 되고(아이다운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을 눈치챈 학교와 정부는 샘에게서 루시의 양육권을 박탈하고자 한다. 샘은 이에 저항하여 어려운 사정에도 변호사를 구해 루시의 양육권을 되찾고자 한다.
아역 시절의 다코타 패닝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꺼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또한 바보와 딸 바보를 동시에 연기한 숀 펜의 어마무시한 연기력이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풍족한 경제력, 뛰어난 능력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모의 자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마더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 도준과 단둘이 사는 엄마. 도준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엄마에게 아들은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도준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그 끝에서 부정하고 싶은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어버이날 추천 영화에 스릴러라니,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마더>야말로 모성애의 끝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과연 어머니의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봉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그 끝을 보여준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도준 대신에 범인으로 붙잡힌 젊은이에게 엄마가 던진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너는 엄마 없니?” 모성애에 관하여 색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일과 성공만을 바라보며 사는 테드. 어느 날 아내 조안나가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집을 나가게 되고, 테드는 어린 아들 빌리와 단둘이 살아가게 된다. 집안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그는 아들을 돌보느라 회사에서도 잘리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절대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얼마 후 아내 조안나가 돌아와 빌리의 양육권을 요구한다. 테드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좋은 아빠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했다.
결혼이 커피라면 양육은 TOP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그러한 양육의 고통을 제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초보 아빠의 엉망진창 양육 생활이 짠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콧등이 시큰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남성도 아이를 키워야 하고 또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생은 아름다워
말발 좋은 유대인 청년 귀도. 그는 어느 날 학교 교사 도라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귀도는 능청맞고 사랑스런 구애 작전을 펼쳐 도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고 그녀와 결혼해 귀여운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벌어져 이탈리아에도 파시즘 열풍이 몰아닥친다. 결국, 귀도네 가족도 유대인 수용소에 갇히게 되지만, 여기서도 귀도의 유쾌함은 빛을 잃지 않았다. 아들에게 수용소 생활을 캠프에 온 것이라 속이고 익살과 장난 가득한 모습만을 선사한다.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소재와 익살스러운 귀도의 캐릭터 사이의 커다란 간극이 선사하는 유머와 감동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다. 특히 아들을 위해 암울한 수용소 생활마저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노라면 눈가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미소가 동시에 퍼지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죽음을 앞두고서도 아들에게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남았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