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변호사를 만나야 할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변호사를 만나지 않은 것이 좋은데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면 인생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변호사는 변호해주는 대가로 큰 수임료를 받는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인간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변호사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전문직이라는 점과 고소득 직군이라는 점이 떠오른다. 변호사라고 하면 일단 돈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사법 시험 제도가 있을 때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보는 시험인 사법 고시는 난도가 너무 높아 악명이 자자했다. 때때로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결국 합격하지 못해 고시원 폐인 되었다는 소문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사법고시의 합격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거의 뽑지 않기 때문인데 2006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변호사 수는 1만 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6년 이후 변호사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9년 기준 3만 명에 육박한다. 불과 10여 년 새 변호사 수가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변호사 공급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호사 한 명당 수임할 수 있는 사건의 수와 규모가 줄어들었고, 변호사의 임금도 생각보다 많이 줄었다.
예전에 아는 변호사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시기로 서초동 변호사들의 초임 임금은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변호사의 초임이 500만 원 이상이었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올라야 할 임금이 거꾸로 추락한 것이다. 물론 누가 보기엔 300만 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과 전통적인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 사실 300만 원 정도는 대졸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적게 받는 것이다.
그러면 그래도 미래에 볕들날이 올까? 글쎄다.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수요는 제한적인데 변호사의 수는 당연히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 한 명당 수임료와 수임 사건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호사가 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도 자동화되어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서초동에서도 법무 보조 인력의 상당수의 일자리는 대폭 감소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소수의 잘나가는 변호사들. 특히 대형 로펌 같은 경우는 이 문제와 전혀 상관없을 수 있다. 어느 시장이나 상위 10~20%에 가 80~90%의 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입 상위 그룹은 여전히 고소득자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부분의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나온 것처럼 사명감으로 가득 찬 사람만이 일하는 직업이 될지 모르겠다.
참고
1) <영화 ‘변호인’ 스틸컷>, 네이버 영화
2) <변호사 등록자 수 현황>, 대한변호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