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이비 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을 수 있는지 절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고학력자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까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 사람 속을 들어가 보지 않아서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고, 각자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이유는 일단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추정해본다. 이런 것을 바로 맹신이라고 한다. 맹신의 사전적 정의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 일을 말한다. 옳고 그름만 따질 수 있다면 맹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함부로 맹신하고 그 부작용으로 삶에 큰 악영향을 받는다. 절대로 맹신하지 말아야 할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건강

내가 30대가 되었을 때, 40대인 분들이 건강에 대한 조언을 정말 많이 해줬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한 귀로 흘려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종종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운이 좋게 (건강 측면에서는 불운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서 주말 없이 적어도 주당 80시간씩 일에 매진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 재직 시절 20대 친구들이랑 플랭크 대결을 할 때 나는 2분 이상도 잘만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푸시업 자세도 1분만 하고 있으면 팔이 후들거린다. 예전에 PT를 받으려고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체력이 60대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맹신의 결과는 이렇게 참혹했다.

2. 모든 미디어

어렸을 적 나는 뉴스에 나오는 것은 다 정확한 사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디어는 특정 관점을 가지고 사건을 보도한다. 사람이 개입한 이상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주요 언론사의 터무니없는 뉴스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이 쉬워졌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엄청난 양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사실로 둔갑하여 퍼지고 있다. 이 글도 전적으로 내 개인 의견일 뿐이다. 절대 진리도 아니고 어떤 교리도 될 수 없다. 그냥 필요한 사람에게 참고사항 삼을 정도의 글이다. 그러니 모든 정보를 접할 때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

3. 기억

정말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기억이 상대적으로 더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수많은 사회 실험은 우리가 인지편향을 가지고 있어 애초에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없고 나아가 기억 자체가 너무 쉽게 왜곡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억을 가지고 토론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국 싸움이 된다. 그러니 절대 기억을 근거로 무언가 말할 때는 주의하도록 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기록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사항이라면 메모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 녹음과 사진으로도 쉽게 기록할 수 있다. 기록은 기억을 압도한다.

4. 희박한 확률

사람들은 희박한 확률이 절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블랙스완은 언제 어디서 당신의 삶에 나타날지 모른다. 매일같이 누군가는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는다. 너무도 안타까운 비극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일이다. 안전벨트만 잘 착용해도 사고 발생 시 생존 확률이 극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그리고 나에게는 그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맹신이 안전벨트라는 안전장치를 가로막는다. 그렇게 스스로 불행의 로또 티켓을 공짜로 끊는다.

5. 자신의 의지 (혹은 열정)

세상에서 가장 빨리 식는 것이 있다. 바로 충동적으로 생기는 열정이다. 모두가 의지는 있다. 단지 그것을 지속하는 사람이 극도로 희박할 뿐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의지를 맹신한다. 할 수 있다고 크게 외친다고 진짜로 되는 일은 생각보다 거의 없다. 의지 혹은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내 능력과 도전 과제의 난이도를 파악하여 그것을 적절하게 매칭하는 것이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해야 지속 가능하다. 또 의지보다 강력한 것이 환경설정이다. 의지는 수그러들 수 있어도 환경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