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분들 후덜덜한 월급 수준

다른 사람이 얼마나 버는지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초유의 관심사다. 상대의 소득을 대놓고 물어보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불문율이기도 하고, 자기 소득을 쉽게 공개하기도 꺼려진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정보가 없다 보니, 다른 직업이 얼마나 버는지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특히나 그 액수가 예상한 것보다 많거나 적으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약사 월급에 관한 게시물이다. 아무래도 전문직이다 보니 급여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글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액수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표시된 액수가 직종을 완벽히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댓글에서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약사 월급이 천차만별이라는 다양한 의견이 게시되었다.

 

“월급 받는 약사가 저 정도인데, 약국 차리면 3배를 더 번다고 한다.”

 

“수도권은 월급 약사 300~400 정도라고 한다.”

 

“대학병원 근처 약국은 돈을 더 준다. 정말 쉴 틈도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약사들은 평균 근속이 1년도 안 된다. 노동강도 힘들고, 월급도 짜고, 손이 모자라는 악순환의 연속.”

 

“지방은 약사 구하기가 힘들어서 월급에 세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지방 반 토막.”

 

“자기 약국 차려도 좋은 위치에 차리려면 권리금만 기본 수억에 10억 넘기도 한다.”

 

“학군 좋은 지역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약사가 남아돈다.”

 

이걸 보면 맥락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약사는 확실히 지역이라는 맥락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애당초 약국이 지역 기반으로 손님을 유치하고, 주변 병원 등이 고객 유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그래머라면 지역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Git 같은 분산형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업이라면 집과 회사의 거리가 좀 멀어도 괜찮을 수 있다. 반면 회사 가까이 살아야 하는 직군이라면 (문제 터지면 숱하게 불려 나와야 하는 지원 파트라던가) 단순히 급여만 볼 게 아니라 거주 환경도 따져봐야 한다. 회사를 오래 다닌다면 학군도 중요한 선택 조건이 될 것이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보면 ‘무슨 무슨 직업이 좋다더라’라는 식으로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이어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보통 공무원은 일이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몇몇 직군은 매일 야근이 기본일 정도로 빡센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월급이 적은 직업이 해외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같은 직업 안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뭉뚱그려 생각하면 이러한 디테일을 놓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편견을 활용한다. 그래야 판단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 향후 5년, 길면 20년까지 결정하는 직업 선택은 빠르기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도 있고, 취업 포탈에서 기업 리뷰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통 대학 졸업이 다가오거나 취준생이 되고 나서야 이런 정보를 찾아보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좀 더 일찍 찾아보기를 바란다. 본인이 속한 전공에서 얼마나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알게 되면 새삼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을 알고 나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방향이 정해지면 진짜 실력을 키우는 의식적 노력을 할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러한 지혜가 있기를 기원한다. 화이팅!

 

참고 <약사분들 월급이 ㅎㄷㄷ>, 뽐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