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중산층

우리 집은 솔직히 잘 살진 않았다. 남들 다 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야이야이야~) 그래서 어렸을 때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빚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이 집 가지고 계신 게 얼마나 큰일인지 깨달은 뒤로는 가난하다는 생각이 없어졌다. 그냥 절약하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아끼고 살아서 빚도 없고 집도 장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빚도 없고 집도 있는 가정의 대학생이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자신을 ‘하우스 푸어’라고 지칭했다.

 

 

20억짜리 집에 살며 용돈을 65만 원이나 받는데 ‘하우스 푸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선 도대체 뭘 했길래 용돈을 65만 원이나 받는지 모르겠다. 나는 4인 가족 집안일을 다하고 (식사는 제외하고 청소, 빨래 등) 가끔 부모님 가게 일도 도와드리면서 20만 원밖에 못 받았다. (물가 상승률 고려하면 현재 비용으로 24만 원 정도다. 하루에 밥 2끼 사 먹으면 땡이다) 그것도 내가 집안일과 가게를 도와서 받은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그냥 아르바이트 했을 거다. 그러면 돈을 더 벌었을 테니까. 그런데 용돈을 65만 원이나 받는다? 아마 나였으면 적금도 부었을 것 같다. 이 정도 받으면서 하우스 푸어니 중산층이니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는 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마음이 가난한 거다. 마음의 가난은 대부분 비교에서 온다. 주변에서 타워펠리스 살고, 차 있고, 건물 한 채 있는 친구를 보면 상대적으로 가난해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따지면 집도 없고, 빚 많고, 차도 없는 가정도 많다. 그런데 그저 눈길 가고 부러운 사람만 바라보니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나마 양심은 있는지 ‘서민’까진 안 나왔다)

 

본인을 하우스 푸어라고 하는데, 한번 ‘가난’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돈이 없으면 가난한 걸까? 사고 싶은 걸 못 사면 가난한 걸까?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면 가난한 걸까? 나는 전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라면 돈 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경희대 정도면 학력도 나쁘지 않으니 과외도 할 수 있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렇게 자기 손으로 벌어서 사면 된다. 설령 정말 모든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할지라도 돈을 벌 기회와 능력이 있으니 가난하게 살 필요가 없다. (근데 용돈이 65인데…)

 

그럼 진짜 가난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힘으로 어찌해 볼 도리조차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나 조건에 놓인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라면 가난하다고 할 수 있고, 시스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볼때 글쓴이 정도면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돈이 아니어도 재능 기부할 공부 실력은 있지 않은가?

나는 모든 가난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실제로 시스템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가난이 존재한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여 극복할 수 있으면서도 가난을 한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렇게 한탄하기 전에 본인의 노력으로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먼저다. 못해도 나이 20 넘었는데 용돈받아 가면서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왜 안 되는지 생각하기 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그런 사람이 결국은 성공한다.

 

참고 : 빼앗긴 중산층,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