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아침밥을 차려 먹는 경우가 별로 없는 듯하다. 아무래도 맞벌이 하는 가정이 많고 출근하기 바쁘니 토스트나 시리얼로 아침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침밥을 먹는다는 게 어딘가 로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는 게 아니라 차려주는 게 로망이라는 글을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었다. 누군지 그 덕에 밥 먹는 사람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오히려 반대였다.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남편이 눈물을 흘렸을까;;; 남이 보기엔 유머로 넘길 이야기겠지만, 당사자들은 정말 고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남편도 정말 힘들었겠지만, 아내의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본인은 정말 좋은 뜻에서,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는 이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점이다. 나는 친절함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친절함도 이를 제대로 실현할 방법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제대로 해낼 수 없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런 일은 실제 사례도 많다.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보면 노동 착취 공장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1993년 미국에서 노동 착취 공장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아동노동 억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5만 명의 아동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간 게 아니라 더 영세한 미등록 하청 업체에 고용되었다고 한다. 의도는 좋았으나, 그 결과 아이들이 더 큰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아침밥을 차려주는 정성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요리 실력이 없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된다. 남을 돕는 것은 좋은 마음가짐이나 그게 정말 좋은 일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의도만 좋아서는 안 된다. 잊지 말자. 세상을 망치는 일들 대부분은 좋은 의도에서 탄생했다.
참고
1) 아침밥을 차려줬는데 남편이 울었어요, 네이트 판
2)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