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햇빛에 피부가 심하게 탔을 때, 가볍게 만져도 세게 때리는 것처럼 느끼고 따뜻한 샤워는 뜨거운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느낀다. 만성 통증의 작동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허리를 심하게 삐끗한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리 뇌는 척추가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허리 손상이 완전히 치유된 후에도 허리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통증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은 뇌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위험한 상황이 끝난 후에도 뇌는 경보를 끄지 않는다. 신경과 신경은 미세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기적 신호가 척수 시냅스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로 분비되어 다음 신경을 흥분시키거나 억제한다. 척수의 수용체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변화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신경 반응이 더 강렬하고 오래 활성화될수록 같은 자극에 대한 반응은 더 커진다.
그래서 근육을 다쳤을 때 완전히 회복한 후에도 척수에는 ‘통증 기억’이 남아 있다. 통증이 반복되고 뇌가 통증을 더 쉽게 인식할수록 통증을 더 강하게 느낀다. 우리 뇌는 많이 쓸수록 더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때 평소에 다니던 길이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활성화되는 신경망은 더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점점 위축된다. 좋든 나쁘든 우리는 끊임없이 뇌를 재구성하고 있다.
만성 통증은 습관과 비슷하다. 위험을 막기 위해 통증을 일으켰지만 통증 자체가 습관이 되어 통증을 일으킨 원인이 사라지고 상처가 회복된 후에도 통증이 계속 남게 된다. 모두 뇌의 과잉 반응이다. 만성 통증은 거짓 경고를 일으키며 통증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우리의 행동을 이끈다. 다치고 나서 짧게 휴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통증을 증가시키고 신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또한 통증이 있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기분이 우울해지며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만성 통증은 정상적인 삶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활동이 줄어들고 인간관계도 점점 줄어든다. 통증의 악순환에 깊이 빠져들수록 통증은 뇌 회로에 더 깊이 각인된다. 만성 통증에서 벗어나려면 뇌가 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치료가 필요하다. 과민해진 뇌가 덜 과민하게 반응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느리지만 꾸준히 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간접적으로는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고 직접적으로는 통증 체계를 재훈련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뇌를 진정시켜야 만성 통증이 줄어든다. 가장 먼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우리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존재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약해지기 쉽고, 몸이 약해지면 두려움이 많아진다. 운동 능력이 떨어진 상태가 오래가면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나 운동은 약물이나 식단 조절 이상으로 신체 균형을 바로잡는다. 몸을 튼튼하게 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하며 몸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고 몸에서 분비되는 천연 진통제 생성을 자극한다. 또한 단기간에 통증을 줄이고 항염증 작용을 일으키며 수면의 질을 높이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만성 통증이 오래 진행되었다면 걸음마 단계에서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공원 산책하기, 요가, 필라테스, 태극권 등 그 어떤 운동도 좋다. 특히 수중 걷기, 수영 등 물과 관련된 운동은 부력으로 인해 체중을 가볍게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된다. 호흡 또한 뇌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쉽고 간편한 활동이다. 폐 아랫부분의 횡격막을 이용해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고 내뱉어보자.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호흡이 대부분 너무 얕고 빠르다. 짧은 호흡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을 깨뜨리고 가슴 근육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에너지가 낭비된다. 호흡 훈련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염증을 낮추며 만성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깊은 호흡은 미주신경을 자극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몸의 이완과 소화를 돕는다. 앉거나 누울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찾아 눈을 감고 코로 호흡해보자. 5초 동안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며 배를 부풀렸다가 약 7초 동안 다시 숨을 내뱉어보자.
건강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흡연, 비만, 알코올은 염증을 증가시켜 통증을 악화시킨다. 과민해진 뇌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안정시키려면 무엇보다 휴식이 중요하다. 휴식의 가장 좋은 형태는 수면이다.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고 규칙적인 수면 루틴을 정해두면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통증에서 벗어나려면 직장, 가족, 인간관계 같은
외부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직접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요인을 해결하면 증상이 바로 개선될 때가 많다.
생활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고자 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뇌의 경호 팀에 직접 접근할 수 없다. 뇌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잘못된 정보라도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 한다. 운동, 건강한 생활 습관,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낮추고 뇌에 계속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면 안정감이 회복되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고통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