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고통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

살다 보면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고통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연 고통이 없는 삶은 행복할까? 감기에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자. 감기에 걸리면 온종일 몸이 뻐근하고 기침, 콧물, 가래에 시달리며 미각도 둔해져, 음식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단맛, 짠맛, 쓴맛 등 기본적인 맛은 느끼지만 음식 본연의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나 입력을 활용한다. 음식 맛을 예로 들면, 맛을 느끼는 데는 후각과 미각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온도와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바삭한 과자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미각과 후각을 잃으면 음식을 먹을 때 당연하게 누리던 즐거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상한 음식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고 시스템이 사라져, 식중독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통증도 마찬가지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 몸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데고도 놀라거나, 아프지 않다면 화상을 치료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상처에 감염이 발생하고 다른 신체 부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파키스탄 북부에 사는 열세 살 소년 나비드는 선천성 무통각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상처를 입고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자기 팔을 칼로 찔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소년은 열네 살 생일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자기 능력을 뽐내려고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다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떨어진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났지만 땅에 부딪힌 충격으로 생긴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이처럼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은 몸에 상처가 가득했고 골절상이 있었으며 어떤 아이들은 어릴 때 혀를 물어서 혀의 절반이 없었다. 신기한 것은 통증을 느끼지 못해도 촉각은 남아 있어서 피부에 물체가 닿거나 압박이 가해지거나 차갑거나 뜨거운 느낌은 구별할 수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통증이 없는 삶은 축복일 것 같다. 하지만 선천성 무통각증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길을 가다가 유리 조각을 밟지 않았는지 손을 데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자기 몸을 확인해야 했고, 늘 불안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렇듯 통증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고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며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세상의 많은 것은 단단하고 날카롭고 뜨겁다. 통증은 위험한 것에서 생명을 지켜줄 경보장치이다.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켜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70대 여성 조는 평생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정서적 통증도 느낀 적이 없었다. 운전하다 사고가 나서 차가 뒤집혔을 때도 중요한 인터뷰를 앞두고 있을 때도 등산하다가 산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심장이 두근대거나 공포심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감정, 기억, 통증 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수용체 칸나비노이드의 수치가 높았다. 한마디로 그녀는 항상 마약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느긋하고, 걱정이 없고, 건망증이 심했던 이유였다. 또한 그녀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큰 상처와 화상을 입을 때마다 피부가 놀랍도록 빨리 재생되었고, 흉터도 남지 않을 때가 많았다. 통증과 두려움은 위험 가득한 삶을 헤쳐 나가는데 꼭 필요하며, 생존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통증이 없으면 아무런 자극도 없으니 인생이 지루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었다. 자신의 통증에 무관심했던 경우도 있었다. 뜨개질바늘로 자신을 찌르고, 물건을 눈에 밀어 넣던 여성이 있었다. 여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신적인 이상은 없었고 단지 통증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통증이 고통스럽거나 불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증의 세기와 특징은 구별할 수 있었지만 통증에 두려움, 혐오감, 싫은 감정 같은 반응은 전혀 없었다. 통증에 대한 감정 반응이 없었기에, 위험한 자극을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처를 입을 때가 많았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뇌 영상 촬영과 조직 검사 결과, 그들은 대부분 정서적 뇌로 불리는 편도체, 뇌섬엽, 전측 대상피질에 손상이 있었다. 뇌의 특정 부위에 생긴 손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질환은 통증이 ‘감각’뿐 아니라 ‘감정’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 통증은 조직 손상을 나타내는 감각적 경험으로 여긴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고통을 인식한다는 것은 단지 어떤 감각을 ‘식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을 ‘느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통증은 단순히 어떤 감각이나 느낌이 아닌 감각, 감정, 사고 등이 놀랍도록 오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다. 통증은 보호가 필요한 신체 부위를 주목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경험이다.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상처를 돌보지 못할 것이고 예기치 못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통증은 우리 몸을 돌보길 원한다. 통증으로 삶이 망가지고 통증을 다스릴 방법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있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고: 《고통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