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잠시만 집중해 주시는 척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비행기는 금연입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으시다면 비행기 날개 위에 있는 라운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흡연 중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니다.”
위 안내 방송은 미국의 한 저가 항공사의 기내방송의 일부다. 바로 1972년부터 2002년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기업,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의 이야기다. 특히 항공 산업은 낮은 마진율로 악명이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랍다.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는 무려 44년 동안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는 성과에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할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좋아보이는 것들을 포기한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회장 켈러허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기회를 다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그것을 안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수많은 것들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처음에 대부분 사람들는 사우스웨스트의 사업방식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자 바로 다른 항공사들이 사우스 웨스트의 사업방식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가장 그들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했던 컨티넨탈 항공사는 자회사 컨티넨탈 라이트를 만들었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기내식과 퍼스크 클래스를 없앴으며 사우스웨스트와 경쟁하는 노선에서 항공편을 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효율성까지 갖추지는 못했고, 서비스의 질은 당연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최종 목표는 가격 절감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좋아하는 특정 고객들의 경험을 더 높이려고 최선을 다했다. 저렴한 가격은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항공권 취소와 환불에 관대할 뿐 아니라 국내선에서 무료 위탁 수하물을 2개까지 허용하는 유일한 미국 항공사다. (미국 항공사는 국내선 구간에서 무료 수하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족 친화적인 서비스와 넓은 좌석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기내 방송은 그러한 고객 경험을 증대하기 위한 핵심 가치를 잘 반영한 결과다. 특히 돈을 들이지 않고도 승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데, 1년에 1회 이상 이용하는 고객 중 재미있는 기내 방송을 들었던 고객은 다음 해 1.5배 더 이용한다고 한다. (0.5번의 가치는 737 보잉기 두 대를 사고도 남는 액수-1억 4천만 달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가항공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불만이 제일 적은 항공사’ ‘시간을 잘 지키는 항공사’ 순위에서 매년 1~2위를 차지한다. 무려 44년 동안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진기록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핵심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던 컨티넨탈 항공사는 엄청난 댓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항공 스케줄이 어긋나면서 연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마이클 포터 교수에 따르면 컨티넨탈에는 항공기 연착이나 취소 때문에 하루에도 1,000건이 넘는 컴플레인이 쏟아졌고 결국 최고경영자는 해고되었다. 문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겉모습만 따라했을 뿐 핵심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책 <콘텐츠의 미래>에서는 누군가의 성공 방법은 따라 하기도 힘들뿐더러 따라 한다고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따라 하라는 말이 아니라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월마트의 경우, 하나의 선택은 다른 많은 선택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하나만 따라 한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 연결된 선택들을 모른 채 어설프게 하나의 결정만 따라 할 경우 오히려 그 업체의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면 열 가지를 동시에 다 따라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하늘의 별 다기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콘텐츠의 미래>, p.410
성공 방법을 따라 하기 힘든 이유는 경쟁사가 흉내 내기 힘든 “무궁무진한 결정”들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내린 수많은 결정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배울 점을 찾는 것이다.
이 교훈은 단지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성공 궤도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결국 차별화를 만들려면?
선택들의 유기적 연결이 되어야 한다.
선택들이 유기적으로 되려면?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일관된 원칙을 찾으려면?
무작정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핵심 가치을 찾아야 한다.
참고
1) <에센셜리즘>, 그렉 맥커운
2)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3) <10 Reasons Southwest Is the Most Underrated Airline>, thepointsguy.com
4) <순간의 힘>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