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서 벗어나는 가장 따뜻한 방법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영화가 있다. 정말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상체를 들썩일 정도였다. 그렇다고 막 쇼킹한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달달한 사랑 영화다. 제목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이 영화는 장애인 여성 조제와 잘생긴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처음 조제가 등장했을 때 내가 들었던 느낌은 ‘이 여자 이상하다’라는 것이었다. 어딘가 눈빛도 음울하고, 심지어 처음 한 행동이 칼부림이었으니까… 알고 보니 그녀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주방 의자 위에서 요리를 하다가 바닥에 내려올 때면, ‘철푸덕!’하고 뛰어내려야 했다.

 

 

그래도 요리 솜씨는 일품이었다. ‘내가 만들었으니 맛있는 게 당연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츠네오는 그런 조제에게 호감을 느낀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제를 더 많이 볼수록 그녀가 참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요리도 잘하고, 이상한(?) 이야기도 많이 알고, 무엇보다 시크한 듯하면서도 나른하게 느껴지는 말투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궁금한 사람은 꼭 찾아보길 바란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조제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생선을 굽는다. 아마 조제가 만들었으니까 무척 맛있을 것이다. 그렇게 요리를 마치고… 철푸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정말 깜짝 놀랐다. 왜냐면 이전까지 조제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었기 때문이었다.

 

 

츠네오와 조제는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하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는 동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조제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장애인이라는 현실을 철푸덕 하는 소리로 듣는 순간, 정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나는 무의식중에 그녀가 장애인이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사람은 살면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편견은 우리가 더 빨리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본능이고, 그 덕분에 천적으로부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천적을 만날 일이 거의 없고, 게다가 편견이 차별을 낳는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편견에 의존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나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를 위 장면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자세히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냥 외면만 보는 게 아니라 내면까지 자세히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는 조제라는 사람이 있었다. 장애인이라든가, 하반신 마비라든가 하는 것들을 전혀 신경 쓸 수 없었다.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세히 보기를 바란다. 특히 일반론만 가지고 사람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시선으로는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어느 누구라도 소중한 이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편견 따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온전한 한 사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편견에서 벗어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내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배운 교훈이었다.

 

참고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