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유해한 외부 물질 또는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지킨다. 이를 ‘면역(免疫)’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면역 활동은 육체와 정신 모두에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로, 길을 걷다 넘어져 피부에 상처가 나고 상처 사이로 피가 나고 세균이 침입해 올 때 ‘백혈구’는 상처 부위로 달려가 세균을 침입을 막는다. 이때 우리는 상처의 고통에 아파하며 ‘기분도 나빠’진다.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든 ‘넘어진 경험’은 뇌에 저장된다. 그리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는 절로 ‘다음번엔 조심해야지’라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이 흐름도 끊어질 수 있다는걸,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라는 병명을 통해서다. 언론 보도(KBS 2021년 2월 24일)에 따르면 2018년 77만여 명이던 치매 환자는 2020년 86만여 명으로, 2년 새 1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른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감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위 그래프 참조) 총 치매 진료비는 2012년 1조 5190억 원에서 2016년 2조 7061억 원으로 1.68배,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66만 2000원에서 437만 8000원으로 1.2배 높아졌다.
더 이상 남의 일이라며 방관하기엔 환자 수도,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점점 늘어만 가는 뇌 질환의 대명사 치매. 치매의 발병은 ‘나조차 모르는 나’에게서 비롯되니 더 답답하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드디어 ‘나조차 모르는 나’의 실체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미 알고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에 대한 재발견이다. 여기서 ‘나’는 뇌세포이며 이 뇌세포의 이름은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6글자다. 과학 전문기자 도나 잭슨 나카자와는 저서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의과학계 판도를 뒤바꾼 작은 뇌세포에 관하여’에서는 인류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미세아교세포의 기능과 부작용, 이를 중심으로 한 최신 뇌 질환 치료법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미세아교세포’의 기능과 부작용은 무엇일까?
나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나
2011년까지만 해도 ‘뇌’는 ‘면역장기’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몸통은 다치거나 병원균에 감염이 됐을 때 ‘백혈구’가 출동해 긴급 복구 작업을 펼친다. 하지만 백혈구의 조직은 커서 뇌에는 그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뇌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유해한 환경에(잘못된 식습관) 오래 노출되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지금까지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주장이 나왔고, 이 주장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바로 ‘뇌 역시 일종의 면역 장기’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세포가 ‘미세아교세포’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려 소통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모두 ‘뇌’의 역할임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4시간 365일 연중무휴인 뇌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것이 미세아교세포였던 것이다. 중·고교 시절 생물 시간에 봤던 뉴런과 시냅스 구조도에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존재감 없던 세포는 2021년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수호천사로 떠올랐다.
존재마저 없애는 또 다른 나
몸통 곳곳을 돌아다니는 백혈구가 폭주하면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다발경화증, 제1형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 나타난다. 우리 뇌의 미세아교세포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의 유해한 모든 것들로부터 우리 몸을, 즉 나를지켜주는 내 안의 세포들이 적정선을 넘어가면 결국 나를 파괴하는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한다는 의미다. 이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병원균(바이러스 등)보다 더 치명적이다. 백혈구와 그의 친척인 미세아교세포가 그렇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한 비활동성 시각적 자극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영양과는 상관없는 먹거리들은 얼마든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이다. 여기에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스트레스 유형들도 다양해졌다. 우리가 입으로 ‘짜증’ ‘분노’라고 말하는 것들은 우리 안에서 ‘염증’으로 발현된다. 이것이 어떤 ‘적정선’을 넘기면 우리 안의 수호천사는 결국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저승사자로 돌변한다.
내 안의 나는 고민한다
과학 전문기자인 저자는 미세아교세포를 연구한 사람들과, 정신질환 또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치료 과정을 따라가며, 난제인 줄만 알았던 ‘뇌 질환’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원리는 이렇다. 우리의 미세아교세포가 지나친 (부정적) 자극이나 외부의 이상으로 염증 물질을 쏟아내는 암살자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다시 수호천사로 돌려놓는 작업이다. 책에서는 총 5가지의 방법이 소개된다. 모두 차세대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과 겉표지를 보면서 ‘아직 나하고는 먼 얘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 치매 인구와 이를 관리하는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치매 이외의 정신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은 더 이상 나이를 묻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어른들과 미래의 나를 위해서 알아둔다면, 언젠간 나의 재정까지 지켜주는 탄탄한 ‘지식자본’이 될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좀 더 현명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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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韓 치매관리비용 2050년 106조…1인당 진료비 4년간 1.2배↑, 뉴시스(링크)
2) 뇌가 죽은 뇌세포 청소한다? 영상으로 본 ‘뇌 미화원’ 림프절, 중앙일보(링크)
3) 3) 예일대 영상 링크 ‘Neuron death’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