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가사 분담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개인적으로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사 분담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일을 맡느냐는 확실히 민감한 문제다. 여기서 불공평한 분담이 이뤄지면, 가사를 나누려다 부부 사이가 나눠질 수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 집안일 논란이 올라왔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아 아내가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남편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5시간이나 운전하고 돌아왔고,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했다. 그럼에도 집안일이 남았는데 쉬려고만 하는 남편이 아내는 야속하다. 결국 서로 갈등하고 말없이 토라졌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다음 3가지를 생각해보면 좋다.
1)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 네, 몰라요.
위 갈등을 일으킨 핵심은 불통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좀 알아서 해주면 안 돼?”라고 토로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특히 남자들은 더 그렇다. 아예 도와줄 생각이라면 뭐라도 찾아서 집안일을 하겠지만, 쉬라고 했는데 알아서 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대놓고 시켜라. ‘쉬라고 했는데 시켜서 미안해. 그런데 너무 힘들다 좀 도와줘.’ 이렇게 말하는데 안 도와줄 남편 거의 없다. 안 도와주면? 그땐 화내도 된다. (아마 주변에서도 다 편들어줄 거다)
2) 내가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 아닐걸요.
“당신이 가사에 기여하는 비율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의 설문조사가 있었다. 재미있게도 부부의 기여도를 합치니 100%가 훌쩍 넘었다. 서로가 50% 이상 가사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가용성 편향이라고 한다) 집안일 기여도를 생각할 때 상대가 한 일보다는 내가 한 일이 잘 떠오르는 법이다. 그 결과 가사 기여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공평한 가사 분담을 이루고 싶다면, 느낌으로 따지면 안 된다. 집안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문제는 집안일이라는 게 힘듦의 정도를 딱 잘라 말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점이다. 설거지는 청소기 돌리기보다 힘든 일일까? 설거지에 들어가는 평균 시간은 얼마일까? 그거 계산하는 게 집안일보다 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묘수를 생각해냈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청소와 설거지를 나눠서 한다면, 둘 중에 먼저 끝내는 사람이 빨래를 널고, 뒤이어 끝낸 사람은 다른 일을 찾아서 한다. 그렇게 모든 집안일을 끝낼 때까지 둘 다 집안일’만’ 한다. 이러면 집안일에 들어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일의 많고 적음 가지고 싸울 일도 없다.
3) TV에 나오는 부부들은 안 그러던데? – 비교하지 마세요.
“돈 안 벌고 편하면 잘 할 수 있어요. 맞벌이 부부가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오면, 서로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겠냐고요. TV 프로그램 보면서 자괴감 느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막 상대를 책망하고 ‘왜 나한테 저렇게 안 해줘? 왜 저렇게 나를 안 도와줘?’ 그러지 말고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온 가족을 생각해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 이효리
먹고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상대를 보며 ‘많이 힘들지?’라고 생각해줘야 한다. 이런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아무리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도 언젠가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용성 편향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다른 부부와 비교하는 것도 좋지 않다. 남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대개 잘 포장된 좋은 것들뿐이다. 특히나 방송은 더 그렇다. 그러니 비교하지 말자. 비교는 불행과 갈등이 씨앗이 될 뿐이다.
참고 : 운전 5시간한 남편 그리고 아내의 청소…,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