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점수가 ‘개판’이라는 엄마의 카톡.jpg

 

 

어떻게 부모가 돼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참고로 평균 성적이 95점이 넘는다. 이게 개판인 시험 성적인가? 뭐, 성적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일 수 있다. 전교 1~2등을 노리는 우등생이라면 이 성적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성적을 받으려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엉덩이에 땀띠 날 정도로 의자에 붙어 있어야 겨우 나올 수 있는 성적이다. 왜 엄마는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걸까?

 

이러한 엄마의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자식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이런 건 신경도 안 쓰는 부모가 많다. 그저 공부 잘하고 성적 잘 받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마음을 불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성적도 안 좋게 나오게 한다.

 

1) 성장 목표와 증명 목표

 

목표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증명 목표다. 증명 목표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주변에 입증하는 것이 공부의 목표이다. 과제의 결과는 노력보다 재능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질 확률이 높다. 또한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에 편법에 빠지거나 현실과 타협하여 진정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때로는 현실에서 도피하여 오히려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실력을 기르고 싶다면 증명 목표가 아니라 성장 목표를 가져야 한다. 성장 목표를 가진 사람은 공부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래서 노력으로 성장한다는 믿음, 즉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다. 또한 실수나 실패에도 좌절하기보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경향이 강하며, 더 큰 도전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

성적만 보고 100점만 따지는 태도는 아이에게 증명 목표만 강요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아이는 노력의 중요성보다 결과만 주목하게 되고, 어쩌면 커닝 같은 편법의 유혹에 빠질지도 모른다. 설령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부가 실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험이 끝나면 그대로 휘발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2) 휴식의 중요성

 

“쉬는 시간 1분, 5분도 없이 그저 공부만 하는 생각 안 해봤니?”

 

이런 생각이 자식을 망친다. 아이는 기계가 아니다. 아니, 기계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당한 때 작동을 멈추고 정비하지 않으면 기계는 무조건 고장 난다. 하물며 기계도 그런데, 사람보고 1분도 쉬지 말라니… 이게 부모가 할 소린가? 아니, 애당초 사람이 할 소린가? 이건 명백한 학대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이렇게 굴리면, 그 사장은 감옥에 간다)

 

게다가 적절한 휴식은 공부를 더 잘하는 비결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실험 결과가 휴식의 중요성, 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지어 적극적인 휴식, 즉 노는 것이 아이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기에 운동이 뇌세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체 활동을 동반하는 휴식은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아이들을 쉬게 해야 한다. 놀게 해야 한다.

 

3) 성적은 성공도 행복도 보장하지 않는다

 

위 메시지를 보며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저 학생과 비슷한 성적을 받았다. 그리고 비슷한 압박도 받았다. 그 덕에 좋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것이 성공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라면 명문대 간판이 인생의 성공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대학 간판도, 스펙도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블라인드 채용부터 각종 실기 프레젠테이션까지… 이제는 진짜 실력이 취업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과연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지상 과제인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최종 목표인가? 이를 위해 청소년기의 행복을 포기해도 괜찮을까? 만약 성적이 성공을 보장한다면, 선택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라면, 행복을 포기하는 건 헛짓거리에 불과하다.

 

공부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제대로 공부하면 실력이 쌓인다. 단지 시험만 잘 보는 거라면 그것은 실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공부는 불행하지 않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열정을 보이며 주도적으로 파고드는 공부는 진짜 즐거운 일이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런 공부를 제공해주지 못하는가? 진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이 점을 꼭 고민해보길 바란다.

 

참고 : 엄마: 시험점수가 참 개판이네, 이토랜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