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인이 하는 말도 걸러서 들어야 하는 이유

미셸 오바마가 (영부인이던 2016년) 뉴욕 시립대에서 했던 졸업 축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Finally, graduates, our greatness has never, ever come from sitting back and feeling entitled to what we have. It’s never come from folks who climb the ladder of success, or who happen to be born near the top and then pull that ladder up after themselves. No, our greatness has always come from people who expect nothing and take nothing for granted — folks who work hard for what they have then reach back and help others after them.” -Michelle Obama

 

간략하게 요약하면, ‘우리의 위대함은 결코 많이 가지거나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오지 않았고, 정작 위대함은 항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엇이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즉 자신이 가진 것을 위해 열심히 일한 후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에게서 왔다는 이야기다.

 

언뜻 봤을 때는 좋은 말로 가득한 것 같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특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부분 (people who expect nothing and take nothing for granted) 이 모호하다. 받을 걸 기대 하지 말고 주기만 하라고? 이런 사람을 우리는 호구라고 부르지 않던가??

 

남을 돕는 것을 강조할 때 무작정 선량함만 강조하면 안 된다. 선량함 그 자체는 위대한 가치가 분명하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여러 실험과 관찰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은 이타주의적인 행동을 2개로 구분한다. 똑똑한 이타주의자와 어리석은 이타주의자. 똑똑한 이타주의자는 어리석은 이타주의자보다 덜 이타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어리석은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자보다 더 바람직한 존재라는 것이다. 주기만 하는 호구가 아니라 “똑똑한”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주기만 하는 호구는 어리석다는 뜻이다.

 

똑똑한 이타주의자와 어리석은 이타주의자를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에서는 승리하는 기버와 패배하는 기버로 구분한다. 둘 다 기버(이타주의자)이지만,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걸까? 왜 호구는 패배하는 기버가 되는 걸까? 자신감이 부족해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안 되는 것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선량함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먼저 똑똑해져야 한다.

 

 

 

재미있는 건 위 <기브앤테이크>에 소개된 그림의 제목이 “성공의 사다리”라는 것이다. 잠깐, 위의 미셸 오바마는 뭐라고 했던가? 위대함은 선량함에서 오는데, 선량함은 절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에게서 오지 않는다고 단언하지 않았던가? (It’s never come from folks who climb the ladder of success,) 똑똑한 이타주의가 되는 것은 진정한 승리하는 기버가 되는 것이고 알고 보면 그들은 진정한 성공의 사다리 가장 위에 있다. 성공과 이타심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갈 수 있다.

 

아마도 미셸 오바마는 자기의 성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돕는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끝부분에 나오는 문장은 이렇다. “And please, please, always, always do your part to help others do the same.”)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똑똑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완전히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Your goodness must have some edge to it.) 그렇지 않으면 그 선량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랄프 에머슨의 말을 되씹어보자. “가시 (edge)가 없는 선량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착하기만 한 멍청이가 되지 않기를, 당신의 선량함에 꼭 필요한 가시를 찾기를 바란다.

 

 

참고

1) 당신이 버려야 하는 착한 행동 4가지 (링크)

2) 참고: 2016년 CCNY 미셸 오바마 졸업축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