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CCTV 설치한다는 부모님…

 

 

 

 

 

 

 

자취를 시작하는 딸이 걱정되는 부모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취방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건 너무 나간 일이다. 단지 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 행위가 딸의 자립을 망치고, 나아가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1) CCTV로도 막을 수 없다

 

댓글에도 나오지만, 이 CCTV는 방범용이 아니라 감시용일 확률이 높다. 방범용이었으면 집 안이 아니라 밖에 달지 않았을까? (건전지와 WIFI로 작동하는 CCTV도 많이 나오고 있다)

 

딸이 엄한 짓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행동은 자취방이 아닌 곳에서도 할 수 있다. (ㅗㅜㅑ) 사실 자취방이 아닌 곳에서 벌어질 확률이 더 높다. 방음도 잘 안 되는 곳보다는 숙박시설이 훨씬 낫다. 게다가 어플 등을 활용하면 요금도 싸다. 이럼 아예 밤늦게 못 돌아다니게 통금을 걸어버리기도 하던데, 아버님,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그건 낮에도 할 수 있다. 대실은 비용도 더 싸다.

 

성생활은 성인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딸이 성인이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딸의 성생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억지로 틀어막고 싶으면 라푼젤처럼 높은 성 위에 홀로 가둬놔야 할 것이다. CCTV로는 막을 수 없다.

 

2) 거짓말 시키는 꼴

 

그렇게 정당한 권리를 틀어막으면, 딸이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죠.” 하면서 시키는 대로 할까? 아니다. 딸은 거짓말을 할 것이다. 부모 몰래 남자친구를 만나고, 어쩌다 외박하면 친구까지 동원해서 밤샘 프로젝트나 자고 간다는 말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왜냐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불법이어도 옳은 일이면,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독립운동이 그렇다. 당연히 일본 제국 입장에서는 불법이었겠지만, 당시 불법이라고 독립운동을 나쁘게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거짓말이 쌓이면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일제와 독립운동가 사이에는 신뢰가 필요 없겠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신뢰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러니 딸에게 거짓말을 시키지 말자. 신뢰를 일부러 망치지 말자.

 

3) 양육의 목표는 독립

 

양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립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힘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안전도 마찬가지다. 자기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없다면, 그것은 완전한 독립이 아니다.

 

하지만 자식이 걱정되는 부모 마음도 이해는 간다. 솔직히 CCTV가 있으면 방범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CCTV를 설치하고 관리 권한을 딸에게 주면 된다. 그러면 도둑이나 침입자를 막는데도 쓰일 수 있고, 딸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

 

여기에 꿀팁 하나를 더하자면 ‘CCTV 촬영 중’이라는 표지판까지 붙이면 좋다. 실제 CCTV가 없어도 이런 표지판만으로도 방범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정말 안전이 걱정이라면, 이를 위한 해결 방법은 정말 많다. 그러니 효과도 없는 감시는 관두고, 진짜 안전에 집중해보자.

 

참고 : 자취방에 CCTV를 설치하겠단 부모님, 네이트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