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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기 어려운 사람 유형이 있다. 그중 하나가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다. 친절하고 사람 좋아서 친해지고 싶은데, 은근히 선을 긋고 그걸 넘어서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뭔가 친해질 건덕지를 만들고 싶어도 자기 혼자 잘살고 있어서 계기를 만들기도 어렵다.

 

이런 사람과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으로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위대한 정치인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생전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긴 정치인인데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 특히 프랭클린을 티 나게 싫어해서 사사건건 딴지 놓는 한 정치인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와 프랭클린은 말년에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프랭클린은 상대에게 희귀한 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를 찾아가 정중하게 책을 빌려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서로 싫어하는 사이라고는 해도 나름 정치인인데 책 가지고 쪼잔하게 굴 수도 없는지라 상대는 흔쾌히 책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프랭클린을 향한 적대감도 줄어들었고, 이후 프랭클린이 자잘한 부탁을 할 때마다 친밀도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말년에 두 사람은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까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책 <설득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이 적용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한 행동을 추후의 행동에도 일관되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부탁이지만, 책을 빌려준다는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해서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은 나에게 부탁할 일이 없다. 내가 호의를 베풀 기회가 없으니 상대와 친해질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이쪽에서 먼저 호의를 요청해보자. 상대는 호의를 베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에게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즉,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대도 그에 상호반응해야 인간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push) 방법을 취해도 되지만, 반대로 상대를 끌어당기는(pull) 전략을 취해도 된다. 전자를 ‘알파 설득 이론’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오메가 설득 이론’이라고 한다.

 

(이는 승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해서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가 실력 발휘를 못 하게 만드는 전략도 있다. 보통 후자의 선수들을 가리켜 ‘심리전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자주 붙는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이 말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인간관계가 상호작용이라는 걸 깨닫고 나면, 사람을 상대하는 전략이 갑작스럽게 2배가 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인생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고 싶다면, 이 진리를 꼭 기억하기 바란다.

 

덧.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서 1년 동안 노력했다니, 글쓴이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평생 가는 우정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참고

1)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하고는 친해지기 힘듦, 네이트판 (링크)

2) 책 <설득의 심리학>

 

이미지 출처 : <짝>,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