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기분 나빠지는 말투 5가지

말은 미묘하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른 속내를 포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동생이 소개팅을 하고 왔다고 해보자. 내가 물었다. “잘 생겼어? 키는 커?” 그랬더니 여동생은 “키는 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은 단지 키가 크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키만 크고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언어 철학자 H. P. 그라이스는 이처럼 문장이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되는 상황을 ‘함의’라고 정의했다. 함의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숨은 뜻으로 인해 애매모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그런 상황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다음 5가지 말투는 함의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여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말투를 갖지 않도록 신경 쓴다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보통 쓴소리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상대가 기분 나빠할 거라는 걸 함의하고 있다. 하지만 피드백을 듣는다고 모두가 기분이 나빠지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쓴소리가 필요해서 경청하려 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런 가정이 나를 ‘속 좁은 사람’처럼 보는 것 같아서 더 기분 나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쓴소리를 할 거면,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은 말로 시작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2) 아니 근데…

 

뭔 말만 하면 ‘아니’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반론은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매사에 시시콜콜 걸고넘어지면 상대방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사람의 경우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결국 똑같은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말이 그 말이잖아.”라고 하면 “아니, 좀 다르지.”라는 식으로 나온다. (또 ‘아니’로 시작함)

 

반론을 해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아니, 하지만, 그런데’ 같은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반론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 일단은 상대의 말을 들어보자.

 

3) 너 원래 ~잖아?

 

위험한 발상이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 특히 사람은 더 그렇다. 원래 착한 사람도, 원래 나쁜 사람도 없다. 착한 언행을 하면 착한 사람이 되고, 나쁜 언행을 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런데 “너 원래 잘하잖아?”라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 칭찬처럼 들리지만, 칭찬이 아니다. 노력을 폄하 당하는 기분이다. 그러니 “원래~”라는 말투는 쓰지 말자. 상대를 단정 짓는 나쁜 말투다.

 

4) 내 그럴 줄 알았다

 

일이 다 끝나고 난 뒤에야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도 함의가 있는데, ‘이런 결론을 예상하지 못하다니 어리석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그걸 예상한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라는 심리도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면 왜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되받아 주자. “그걸 알고서도 가만있었어?”

 

5) 보고도 모르냐?

 

“과장님 아까 그 파일 확인해보셨어요?”

“제가 그걸 봤으니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거겠죠?”

 

“식사하셨어요?”

“먹었으니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겠죠?”

 

이 말투에는 ‘보고도 모르냐?’라는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이어서 ‘보고도 모르는 너는 어리석다.’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어찌 알겠나? 셔츠에 묻은 얼룩만 가지고 어젯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셜록 홈즈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우리 모두 보통 사람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물어보면 성의껏 대답해주자. 그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1) <무한도전>, MBC

2) <아는 형님>,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