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걸릴 것 같은 배달요청사항

 

하루중 입으로 말하는 시간보다 손으로 말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시대를 살고 있다. 단체 카톡방에서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받다 보면 대화 말풍선의 내용을 오해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갈등 해결 방법은 정말 사소하다. 말풍선 안에 띄어쓰기만 잘했어도, 누구를 이야기하는지만 밝혔어도, 하다못해 쉼표 하나만 제대로 넣었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대화창에 손으로 대화 내용을 입력하면서 ‘내가 이렇게 ‘말’했으니 모두 알아듣겠지?’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에 따르면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100% 그대로 전달된다’는 착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책에서는 시카고 대학 연구팀의 사례를 든다. 8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말하는 역할과 듣는 역할을 나눈 다음, 말하는 쪽에 문장을 건네주고 듣는 사람에게 읽어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말하는 쪽에는 “당신의 말을 상대방이 얼마다 이해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고, 듣는 쪽에는 “당신은 방금 들은 말을 얼마나 이해했습니까?”라고 물었다. 말하는 쪽에서는 72%, 듣는 쪽에서는 61%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도를 과잉 추정한다는 것이다. 위 배달 앱의 주문 사례도 마찬가지다. 돈까스를 주문한 사람은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방이 이해했을 거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과 같은 ‘메시지’를 쓸 때마다 상대방이 내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메시지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표정과 뉘앙스를 문자에 고스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장 짤’에서 ‘비대면 소통’의 아쉬운 면을 본다.

 

<참고 및 썸네일 이미지 출처>
1) 난독증 걸릴 것 같은 배달요청사항 .jpg, 웃긴대학(링크)
2)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나이토 요시히토, 홍익출판미디어그룹(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