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이없는 면접은 왜 벌어진 걸까? 면접관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면접자가 이상한 걸까? 개인적으로 면접자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비슷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하나씩 따져보고자 한다.
1) 졸업장은 실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인서울 중위권 대학교 졸업했다.” 이 첫 문장부터 잘못됐다. 인서울 중위권 대학교 졸업했는데, 그게 뭐? 물론 모교에 자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취업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을 무시할 근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 인서울 상위권 대학은 다를까? SKY 나오면 저렇게 생각해도 될까? 이 또한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학교 간판은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학창 시절에 얼마나 성실했느냐’ 정도다.
사실 스펙도 실력이 아니다. 그러나 공개 채용이라는 시스템의 한계상 실력을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스펙을 따져보는 것이다. 따라서 면접은 간판과 스펙에서 드러나지 않는 진짜배기 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봐야 한다. 인서울 중위권 간판을 가지고 으스대는 자리가 아니다.
2) 지금은 학력 인플레 시대
지금은 학력 인플레 시대다. 참고로 2021년 대입 진학 희망자 수가 약 53만 명이다. 그런데 대입 모집 인원은 55만 명이다.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고도 숫자가 모자라다. 막말로 개나 소나 대학 졸업장을 갖고 나오는 시대인 셈이다. (사실 그런지 한참 지났다)
위 댓글에도 나왔지만, 명문대를 나와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명문대 출신 백수도 많다. 그만큼 취업 시장이 어렵다. 이처럼 학력 인플레와 취업난이 겹치면서 대학이 붕괴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 간판이 더는 취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기업들도 똑똑해지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들은 간판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기도 하고, 간판보다 학점에 더 높은 비중을 두기도 한다. 그런데 인서울 중위권 대학이 뭐 어쩌란 말인가?
3) 모든 중소기업이 좋소기업은 아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현실이 그닥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고, 복지 수준까지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욱더 커진다. 여기에 쌍팔년도 조직 문화까지 더해지면 흔히 말하는 좋소기업이 나온다. 그런 회사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만, 분명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그런 회사는 가급적 피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좋소기업은 아니다. 지금의 대기업도 전부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것 아니던가. 세계적인 기업 에어비앤비도 살아남기 위해 시리얼을 팔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솔직히 내가 일하는 체인지그라운드도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좋은 중소기업도 있고, 강소기업이라 불리는 막강한 중소기업도 있다.
대한민국 기업체 근로자의 83%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대기업은 소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게 당연한 일인 셈이다. 그 중소기업도 취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잘나가는 중소기업은 웬만한 대기업 입사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그러니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무시하지 말자. 좋은 중소기업을 찾으려 노력해보자. 그게 진짜 취업 실력을 기르는 시작이 될 것이다.
참고
1) 좋소기업 면접 후기, 보배드림 (링크)
2) 2021학년도, 대학가에 ‘위기’가 닥쳐온다, e-대학저널 (링크)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변혁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