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중고나라에서 문제가 됐던 게 일반 사용자가 아닌 업자들의 판매글 도배였다. 사실상 경쟁 업체에 지분을 뺏기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중고나라는 비등록 업자를 단속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대신 협력사를 모집했다. 제휴비를 100만 원 내면 대놓고 업자 짓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열심히 활동하는 일반 사용자 중에는 업자로 의심 받아 ‘영구 정지 + 이용내역 삭제’ 처분을 받는 경우도 나왔다. 하지만 업자들은 제휴비만 나면 수백, 수천의 글을 도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제휴비를 받기로 한 이후 이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문의 전용 카페를 폐쇄해버려서 집단 여론화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고 개별 문의만 가능한 신고/문의하기 페이지로 통합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제 중고나라가 아닌, 사실상 업자나라가 되어버렸다.
1) 중고나라는 돈을 벌어야 했다
중고나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범적 사례였다. 중고나라가 한 일은 그저 장터를 벌려놓은 것뿐이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자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고 플랫폼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방문자 수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중고나라는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플랫폼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거래 수수료 부과. 2) 커뮤니티 접근에 대한 수수료 부과. 3) 접근성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 4) 큐레이션 강화에 수수료 부과. 중고나라는 이 중 3번 방법을 활용했다. 제휴비를 받고 업자들에게 도배를 허락한 것이다.
2) 중고나라의 치명적 실수
하지만 중고나라의 정책은 ‘훌륭한 거버넌스(governance)의 3가지 기본 규칙’을 위반했다. 1)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에게 언제나 가치를 제공하라. 2) 자기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우위를 이용하지 말라. 3) 타당한 정도 이상의 부를 취하지 말라. 중고나라는 이 중 1번과 2번을 위반했다.
플랫폼은 결국 마당에 불과하다. 마당은 뛰어노는 사람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 거버넌스는 그 마당에서 뛰어놀 때 지켜야 할 일종의 규칙인 셈이다. 중고나라의 규칙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했다. 도배는 협력사는 물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그걸 방치하는 한 공정함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3) 그럼 중고 거래 플랫폼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당근마켓도 ‘접근성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 방식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광고비를 내면 판매하는 물건을 상단에 올려주거나 노출 빈도를 늘려주는 방식이다. 아마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라는 더 큰 플랫폼에 기생하는 방식이다 보니 이런 정책을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네이버 자체에서 카페 게시물의 접근성 강화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는 그런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카페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방해하는 규칙은 절대 훌륭한 거버넌스가 될 수 없다. 네이버는 그걸 알았지만, 중고나라는 그걸 몰랐다. 이것이 흥하는 플랫폼과 망하는 플랫폼의 결정적인 차이다.
참고
1) 중고나라가 망해가는 이유, 클리앙 (링크)
2) 책 <플랫폼 레볼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