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실패가 아닌 기적 같은 이유.jpg

평생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삶이 있을까? 일본에는 경마에 출전해 113전 113패라는 결과를 기록한 한 경주마가 있다. 이 말의 이름은 ‘하루 우라라’. 우리 말로 하면 ‘화창한 봄날’이라는 뜻을 가졌다. 하지만 우라라의 삶은 봄날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우라라의 혈통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몸집도 작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등 어느 모로 봐도 경주마로는 글러 먹은 암말이었다. 몸집이 작아도 잘 달리는 말도 있지만, 우라라는 성격도 더러운 데다 뛰는 것도 싫어했다. 한 마디로 구제 불능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경매에서 사려는 사람도 없으니 목장에서 밥만 축내는 신세가 되었다. 말은 비싼 동물이다. 몸값도 비싸지만, 유지비는 더 비싸다. 결국 유지비라도 벌고자 등록비가 싼 지방의 경마장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라라는 졌다. 계속 졌다. 한 번도 못 이겼다. 승리 수당을 벌 수 없으니 밥값을 하려면 매번 나가 출주 수당이라도 받아야 했다. 보통 말들이 연간 15회 정도 경주에 나서는데, 우라라는 20회나 나갔다. 혹사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유지비를 벌지 못하면 말고기가 되어야 할 판이었다. 살려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우라라에게 스피드는 없었지만, 지구력은 있었다는 점이다. 우라라는 하루에 2번이나 경기를 뛸 정도로 지구력이 뛰어났고, 많은 경기에 나서며 패배를 쌓았다. 우라라에게는 ‘패배자의 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렇게 68연패를 기록하던 중,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던 고치 경마장 관계자가 우라라의 연패 기록에 주목하게 된다. ‘연승한 말이 인기가 있다면, 연패만 한 말도 인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 우라라의 이야기가 지방 신문사에 실리게 되었고, 그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당시 일본 사회는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68연패나 했음에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하루 우라라의 이야기는 불황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그 결과 하루 우라라 붐이 일어나더니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절대로 당첨될 리 없는 하루 우라라 마권을 갖고 있으면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헛소문이지만) 마권도 잘 팔리기 시작했다.

 

 

하루 우라라의 이야기는 전국을 휩쓸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고이즈미도 “단 한 번만이라도 이 말이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라라는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우라라를 위해 최고의 트레이너들이 나서기도 했지만, 말년에 주인이 바뀌면서 경주에 내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새 마주는 상품성을 생각해 우라라가 승리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우라라는 113연패의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지금은 경마 흥행 공로를 인정해 목장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던 마주가 예탁료를 내지 않아 소유권이 말소되었다고 한다. 우라라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일이다)

 

우리는 실패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얻어야만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실패 그 자체가 성공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패만큼 극적인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패배자가 될 거면 아주 철저하게 패배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패배는 그 자체로 ‘리마커블’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실패는 그냥 실패가 아니다. 실패는 당신 인생에서 손꼽는 리마커블한 스토리이다. 그러니 그 실패를 소중하게 생각해 보자. 그런 자세가 위안과 희망이 되어 실패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참고

1) 하루우라라 이야기, 에펨코리아 (링크)

2) 일본의 희망이 된 꼴찌말 ‘하루 우라라’ 이야기, 몰상식 유튜브 (링크)

3) Glory in defeat: how Japan fell in love with a racehorse who couldn’t win, aeon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