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이 도구를 다룰 것이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이걸 다루느라 야근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 아마존에서 이것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바로 파워포인트다.
2004년 6월 9일 오후 6시 2분.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파워포인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는 이메일 제목으로 그 소식을 전했다. “지금부터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금지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파워포인트는 항목 표시와 멋진 도표로 치장함으로써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멋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끔찍한 세일즈 도구였다. “생각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도록 허락”하기 때문에 발명 면에서도 끔찍한 도구다. 베조스가 표현했듯이 파워포인트는 종종 결함 있고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마구 양산했다.
베조스가 파워포인트 대신 제안한 것은 메모 작성이다. 완전한 문장과 문단으로 이뤄진 문서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했다. 그가 말하는 메모는 대단히 포괄적인 것으로, 메모를 작성하는 동안 사고 과정의 결함을 쉽게 발견하고 상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베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좋은 메모와 서사 구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그리고 각각의 요소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사람들은 메모로 시작되는 프로젝트를 가리켜 ‘거꾸로 일하기’라고 부른다. 그들은 먼저 발명을 꿈꾸고 그로부터 거꾸로 내려온다. 여섯 쪽 분량으로 제한된 아마존의 메모는 보통 여백에 아무 그림 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모든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메모를 작성하는 일은 마치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것과도 같다. 전 아마존 직원이 말했다. “그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뭔가에 관한 이야기죠.” 실제로 메모에는 허구가 담겨 있다. 여섯 쪽짜리 메모에는 종종 잠재적 상품을 세상에 알리는 가상의 언론 자료와 경영진의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렇게 작성된 메모는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된다. 메모 내용을 사전에 이메일로 보내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메모를 읽고 나면 가장 높은 상급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다음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가차 없이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회의에서 인정받아야 비로소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다.
아마존 전 직원 미카 볼드윈은 이렇게 말한다. “발명에는 2가지 측면이 있어요. 생각하기와 실행하기입니다. 실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실행하지 않죠. 놀라운 사실은, 아마존은 그 2가지 모두에 힘을 실어준다는 겁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디어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합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지, 누가 원할지, 누가 고객이 될지를 말이죠. 다음으로 그 아이디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죠. 사람들에겐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지지하거나 거부할 수 있죠. 일단 지지를 얻어냈다면, 실행은 저의 몫입니다. 생각만을 위해 메모를 작성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생각하고 동시에 실행해야 합니다. 그 2가지가 합쳐질 때 비로소 혁신이 완성됩니다.”
우리는 손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가 모두 유용한 것은 아니다. 헛소리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이를 가려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마존이 파워포인트를 멀리하고, 메모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돌아선 것은, 바로 헛소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화려한 그래프와 현란한 효과가 없어졌을 때, 순수하게 이야기로만 승부해야 할 때, 진짜 가치가 더 도드라지는 법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아이디어 자체로 승부하고 있는가, 아니면 아이디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목을 매고 있는가? 어떻게 해야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한다.
2030년을 재패할
기업의 승자 코드
참고 : 책 <올웨이즈 데이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