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신의 감(感)을 믿는 편인가? 그렇지 않으면 제3자가 제공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는 편인가? 일일이 기록하지는 않아도 우리는 머릿속에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들이 우리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하지만 경험은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위 사례도 마찬가지다. 배달 앱에 올라온 항의성 리뷰에 ‘업체가 어떻게 소비자를 속일 수 있냐’며 마냥 동조하기보다는 과연 600g(1근)의 고기가 업체 사장의 말마따나 구워지면서 기름이 줄어들기 때문에 무게 역시 줄어드는 게 맞는지 직접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배달업체에서 제공하는 고기와 일회용 트레이 등 조건까지 맞췄다. 그리고 배달업체가 소비자를 속인 게 아님을 증명했다. 한 개인의 직관이 증거로 보완된 셈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루카와 맥스 베이저만은 저서 <실험의 힘>에서 실험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4가지를 꼽았다.
1) 기존의 상품이나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실험은 새로운 정책이나 상품의 영향을 측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어떤 결과가 의도한 것이고 어떤 결과가 의도하지 않은 것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2) 이론이나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다.
만약 어떤 특별한 상품이나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상품이나 정책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실험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실험은 특정한 가설을 테스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실험은 기준틀을 개발하거나 개선하는 걸 도울 수 있다.
조직이 어떤 유형의 결정을 마주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단순한 상품 평가에 만족하는 것보다 ‘기준틀’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기존의 이론으로 불충분한 영역에서 새로운 학문적 이론을 세우는 데도 실험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여러 환경에 적용되는 일반 이론을 정립하겠다는 목표도 가능해진다.
4) 실험은 가설이 아직 존재하지 않은 영역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가설도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에도 실험은 사실 확인을 통해, 기존 기준들에서 빠진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실험은 현재 상황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듯한 많은 아이디어를 증거로, 사실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도 실험은 과학자 또는 실험도구가 즐비한 과학실에서 하는 행동이라고만 생각하는가. 오늘부터 하루 24시간 내가 한 모든 행동을 시간 단위로 기록해보는 ‘실험’을 해보자. 실험의 결과가 쌓이고 쌓여,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빅데이터’가 될 것이다.
<참고 및 썸네일 이미지 출처>
1) 사기라고 논란이 됐었던 삼겹살 배달.jpg, 웃긴대학 (링크)
2) 실험의 힘, 마이클 루카·맥스 베이저만, 안드로메디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