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효과’라는 가설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 이름이 들어간 물건이나 사람을 좀 더 좋아하는 심리를 가리킨다. 이 가설이 진짜냐 아니냐를 두고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영어 기준) 이름이나 성의 첫 글자가 같은 사람끼리 결혼할 확률이 높다거나, 이름과 직업명의 첫 글자가 같은 경우가 많다는 식이다.
책 <설득의 심리학 3>에는 이름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나온다. 허리케인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비슷할 때 사람들이 기부금을 더 많이 낸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서 허리케인이 지나갈 지역을 예측하여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의 이니셜로 허리케인의 이름을 지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기발한데?)
마케팅에서는 이름이 가진 위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손님, 고객님 등으로 부르는 것보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설득할 확률도 높고, 소속감이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다만, 요즘에는 다짜고짜 이름부터 들이대는 스팸 전화가 늘어서 사람 당혹게 하는 역효과가 더 많이 보이지만 말이다. (“OOO 고객님이시죠?”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
어쨌든, 우리가 자기 이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이름은 내가 가진 고유한 것이고, 또한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기요, 어이, 얘’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보다 이름을 불러주는 게 훨씬 낫다. 그것만으로도 상대에 관한 존중을 표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만난 사람의 이름도 그런데, 모르는 사람의 이름까지 알기란 더욱더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비서에게 파티 초대 손님의 이름을 외우게 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유재석의 행동이 새삼 존경스럽게 다가온다. 그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향한 존중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란 것까지 증명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거의 모든 방송과 이슈를 섭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이름까지 기억하려면 정말 얼마나 많은 방송을 살펴봐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게 얼마나 큰 감동이 될 수 있을지 이 시를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이름이 아니라 다르게 불렀던 사람이 있다면, 오늘은 꼭 따스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줘 보자.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참고 : 유재석이 이름 불러줬다고 우는 연예인들, 더쿠 (링크)
이미지 출처
1) 갬성캠핑, jtbc
2) 슈가맨, jtbc
3) 해피투게더, kbs
4) 청춘불패,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