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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어 워프 가설’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다. 한국의 존댓말은 사피어 워프 가설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었다. 존댓말의 사용이 수평적 문화가 아니라 수직적 문화가 이루어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식이다.

 

따라서 부모님을 공경하기 위해 존댓말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이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면, 존댓말을 사용함으로써 공경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근데 저따구로 쓸 줄이야… ‘참 영특하네요.’에서는 진심 뿜었다)

 

비록 사용이 적절하진 않았지만, 오빠의 의도와 태도는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 말할 때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직히 예쁜 말, 고운 말만 쓰기에는 너무나 오글거리는 게 사실이다. 남자 형제나 친구 사이의 경우, 오히려 걸쭉한 욕설이 오가며 의리를 다지는 경우도 많다. 그게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말을 예쁜 말, 고운 말로 하겠다고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저 오빠처럼 됩니…)

 

하지만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표현할 필요는 있다. 관계에 관한 많은 조언에서 이야기하듯,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런 표현이 뜸하면 ‘날 사랑하지 않나 봐.’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나아가, 사피어 워프 가설을 고려한다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함으로써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사랑해서 사랑한다 말하고, 사랑한다 말하다 보니 더 사랑하게 된다. 말과 생각이 긍정적 되먹임을 일으켜 사랑이 갈수록 강해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단 한 번의 표현으로 시작된다. 그러니 오글거림을 참고, 오늘은 부모님께, 가족에게,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하다 보면 그 또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오늘 꼭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꼭 성공하길 바란다. 화이팅!

 

참고 : 오빠가 새해부터 갑자기 존댓말 쓰기 시작해요.jpg, pgr2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