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구글이 당신의 마이크를 몰래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외 유튜버가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구글 도청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내용이다.
처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사 페이지를 랜덤으로 접속했다. 접속한 홈페이지의 광고를 보니 유튜버와 별 관련 없는 소개팅 사이트 광고가 떴다. 이후 7~8개의 언론사 페이지 광고를 확인했으나, 별 상관없는 그냥 평범한 광고가 떴다.
이제 구글 메인으로 돌아가서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채로 ‘Dog toys(강아지용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얘기했다. ‘난 강아지용 장난감을 찾고 있다.’, ‘강아지용 장난감이 필요하다.’라는 식이다. (실제로 유튜버는 강아지를 키워 본 이력이 전혀 없으며, 일부러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키워드를 고른 것이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한 후 다시 언론사 페이지를 들어가 광고를 확인해보니? 광고가 강아지 관련 용품 광고로 바뀌었다. (유튜버도 놀라는 중)
직접 눌러서 확인해봐도 강아지용 장난감이 맞았다. 구글에 검색한 것도 아니고, 평소 자주 쓰던 말도 아니고, 실험을 위해 잠시 강아지용 장난감을 언급한 것뿐인데 광고를 띄운 것이다.
1) 거짓
이 영상 캡처가 국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한 기자가 본인과 관련 없는 상품인 ‘면도 크림’을 가지고 비슷한 실험을 진행해봤다. 하지만 영상처럼 배너 광고에서 면도 크림이 등장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구글코리아에서도 해당 영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구글 크롬은 사용자의 명시적 허락 없이 사용자의 마이크에 접근하지 않으며, 접근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광고에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2) 사실
하지만 구글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위 영상과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가방끈이 끊어져 새로 사려고 몇 번 검색해봤더니 이후로 1주일 내내 배너 광고에 가방 전문점이나 대형 홈쇼핑 가방 광고가 올라왔다. 실제로 광고에 올라온 가방을 구입하기도 했으니, 꽤 유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구글은 사용자의 성별, 나이, 검색어, 위치, 접속한 사이트, 사용한 앱, 시청한 동영상 등 갖가지 정보를 수집해서 개인 맞춤 광고에 사용한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관심 있을 법한’ 광고를 골라 노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를 진행하는 건 구글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당신이 사용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위와 같은 일을 지금도 진행 중이다.
3) 첫 번째 진실 : 데이터는 돈이 된다
이쯤 되면 이러한 데이터가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광고는 TV나 신문처럼 ‘타깃’을 지정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확한 타깃을 설정해서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즉, 높은 정확도로 맞춤 광고가 가능하다. 가방을 검색한 사람에게 가방 광고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구글은 검색 회사가 아니다. 구글은 광고 회사다. 2020년 3분기 구글 매출이 약 51조 원이었는데(1년이 아니라 1분기 매출이다) 이 중 광고 매출이 41조 원에 달했다. 회사 매출의 80%가량이 광고 매출인 셈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첫째로 전 세계 검색 시장을 독식하고 있고, 둘째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통해 극도로 효과적인 맞춤 광고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는 실제로 사용자가 광고를 눌러야 높은 수익이 발생한다)
다른 플랫폼은 어떨까? 이번에 미국에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증권사인 로빈후드가 주목받았다. 물론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부정행위 때문이었지만, 로빈후드 앱이 완전 무료라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거래 수수료도 없고 가입비도 없다. 즉, 로빈후드 앱을 사용하면 완전 무료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그 덕에 로빈후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주식 거래 앱으로 등극했다.
그럼 로빈후드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로빈후드는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주식 거래 주문을 대형 증권거래사에 팔고 그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다. 이를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라고 한다. 즉, 사람들이 어떤 주식을 사고파는지 그 정보를 팔아서 거대한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이다. 시장에서 데이터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4) 두 번째 진실 : 맞춤 정보는 분열을 초래한다
플랫폼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맞춤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편리한 일이다. 나는 구글 광고를 통해 원하는 가방을 살 수 있었고, 광고를 의뢰한 업체는 구글 덕분에 나에게 가방을 팔 수 있었다. 판매자도 소비자도 윈윈인 비즈니스다.
하지만 이러한 맞춤 서비스가 광고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광고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광고를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 광고를 더 많이 노출시키려면 사용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가 흥미를 보일만 한 정보를 더 많이, 더 상단에 노출하고자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용자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위키백과에서 ‘기본 소득’에 관하여 검색하면 모두가 똑같은 페이지를 보게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기본 소득’을 검색하면 사용자의 신념이나 정치 성향에 어울리는 게시물이 먼저 등장한다.
그 결과 ‘기본 소득’에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인 내용을 다룬 콘텐츠를 더 많이 보게 되고, 반대의 경우 부정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이게 지속되면 사람들의 생각이 극단적으로 바뀔 수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 더 보편적이라 착각할 수도 있고, 반대 의견을 아예 볼 수 없어 배타적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
5) 결론 : 데이터라는 양날의 검
데이터를 통한 맞춤 서비스는 굉장히 편리하고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동시에 사람들을 정치적 극단으로 몰아가 분열시키는 일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맞춤 서비스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자기 생각이 극단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찾고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든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버리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구글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도청하는가?에 대한 유튜버 실험, 개드립 (링크)
2) 게임·인터넷 “구글이 24시간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진실 논란 실제 해보니, IT조선 (링크)
3) 구글, 3분기 매출 462억달러·전년비 14%↑…검색·유튜브 광고가 견인, 아주경제 (링크)
4) “수수료 없다더니 더 손해”…미 증권사 로빈후드, 711억원 벌금, 연합뉴스 (링크)
5) 영화 <소셜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