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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의 핵심은 무엇인가? 얼큰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다. 그렇다면 육수와 반죽이 칼국수의 전부가 아닌가? 이 상황을 위처럼 농담쯤으로 받아들인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싸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커플/부부싸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1) 내가 더 많이 해준다는 착각

 

한 심리학 실험에서 남편과 아내에게 자신이 집안일에 몇 %나 기여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나중에 답변에 나온 기여도를 합해봤더니 평균 150%가 나왔다고 한다. 정확하게 계산했다면 합은 100%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각자가 실제보다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합치고 나니 150%가 나온 것이다.

 

이는 ‘가용성 편향’의 결과라고 한다. 사람은 자기가 더 많이 접하고 생각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자기가 하는 일이 더 많은 기여도가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집안일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서로 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해준다고 여길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편향은 사랑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가 더 많이 챙겨주는데’, ‘내가 더 많이 해주는데’,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관계가 삐걱댈 수 있다. ‘그래서 억울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이때는 관계에 노란불이 들어왔다고 봐도 좋다. ‘도대체 상대가 해준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빨간불이다!

 

2) 중요한 것은 기여도가 아니라 목표

 

책 <결혼학개론>에 따르면 커플 관계를 공동 기업에 종사하는 파트너처럼 한 팀으로 생각하면 더 강한 유대감과 친밀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해내고 있다는 공동의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함께 칼국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칼국수를 누가 만드느냐’, ‘얼마나 더 기여하느냐’ 같은 걸 따지면 결국 돌아오는 감정은 섭섭함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에게는 자기가 더 많이 기여한다는 편향이 존재하고, 그 편향은 ‘내가 더 많이 해줬는데…’라는 섭섭함을 불러온다.

 

하지만 목표에 집중한다면? 맛있는 칼국수를 만드는 것만 생각해보자. 그러면 누가 더 많은 일을 하고, 누가 더 많이 기여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맛있는 칼국수뿐이다. 그러면 뒤에 남는 감정은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다는 행복감’이 된다.

 

3) 상대의 고생을 먼저 말해주자

 

칼국수를 만들 때 핵심은 육수와 반죽이 맞다. 하지만 그게 제일 힘든 일일까? 나와 아내는 신년 초에 함께 떡국을 지어 먹었다. 그때 아내는 나에게 육수를 끓이고 떡을 삶아달라고 했다. 이러면 떡국을 내가 다 만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주방에 더 오래 있었던 건 내가 아니라 아내였다.

 

아내는 떡국 위에 올라갈 고명을 만들었다. 달걀로 지단을 만들고, 초록색 호박을 가지런히 썰었으며, 고명으로 올라갈 소고기를 볶았다. 그 작업을 굉장히 정성스레 했다. (지단 만들기가 얼마나 정성이 필요한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육수를 끓이고 떡을 삶았으니, 떡국은 내가 만들었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고명 만들기가 힘들고 고생스러우니 아내의 기여도가 더 크다고 봐야 할까?

 

나중에 떡국을 먹으며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끼리 먹을 건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하냐고. 아내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왕 먹을 거면 맛있게 먹어야지. 보기 좋은 게 맛도 좋은 법이야.” 아내는 자기가 더 힘들다거나, 더 기여도가 많다거나 같은 걸 손톱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맛있는 떡국을 만드는 것만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나도 아내도 모두 행복해졌다.

 

나는 이럴 때 그 마음을 꼭 전달하라고 배웠다. 그래서 말했다. “그러게. 집에서 먹으면 대충 해 먹기 쉬운데, 고명도 예쁘게 얹어줘서 꼭 맛집에서 먹는 것 같았어.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그녀가 고생한 부분에 감사했다. 그러자 아내도 “자기가 손맛이 좋아서 육수를 잘 끓여서 맛있는 거지.”라고 답했다.

 

이것이 행복한 커플이 되는 핵심 비결이다. 나의 고생을 인정받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상대의 고생을 인정하고 칭찬하면 된다. 이를 위해 기여도를 따지기보다 목표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고생이 아니라 상대의 고생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커플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고생을 보답받으려고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의 고생을 먼저 알아주는 것. 이것이 조직을 포용하는 리더의 자질이다. 그리고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처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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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삼시세끼 보고 남친한테 칼국수 해주려는 기특한 여친.jpg (링크)

2) 책 <결혼학개론>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