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일이다. 가기 전에 미국 사람은 더치페이를 선호한다는 ‘도시 괴담’을 듣고 갔다. 그런데 며칠 살아보니 역시나 세상에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밥을 해서 함께 먹자고 해도 좋아하고, 하다못해 2달러짜리 햄버거를 여러 개 사 와서 나눠줘도 매우 좋아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공짜를 좋아하는데도 굳이 돈을 쓰고도 욕먹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그럴까?
1. 한 번 사주고 열 번 생색내는 사람
사줬으면 당연히 생색낼 권한은 있다고 인정해주자. 그게 싫다면 애초에 얻어먹을 생각을 버리자.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한 번 사주고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것처럼 끝까지 자신의 호의를 우려먹는 사람이 꼭 있다. 사실 이런 사람은 메타인지가 낮아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사람은 한 번의 호의를 무슨 평생 은혜로 심각하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1. 한 번 사주고 열 번 생색내는 사람
2.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끼로 돈을 쓰는 사람
평소에 뭐 하나 잘 사주지 않던 친구가 뜬금포로 고기를 먹자고 한 적이 있다. 평소에 얻어먹기만 하던 친구라서 이게 웬일인가 싶어 모든 친구들이 제대로 얻어먹자고 신이 나서 고기를 먹었다. 그리고 간만에 한턱 낸 친구는 돈 좀 빌려 달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역시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역시나 공짜 한턱은 미끼였다. 이렇게 어떤 청탁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사실 이게 상호성의 법칙이 작용해서 이미 받거나 먹었다면 거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참 얄밉게 돈 쓰는 사람들이 있다. (참고로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친구에게 30만 원을 빌려주었고 결국 못 받았다. 다행히도 가까운 친구였기에 못 받을 생각으로 줘서 그렇게 열 받지는 않았다. 조금만 열 받았다…)
3.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회사에서 모든 팀원이 몇 날 며칠을 야근해가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팀장은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자기가 확실하게 쏘겠다고 했다. 프로젝트는 성공하고 팀장은 가장 큰 공로를 회사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래서 팀장이 회식을 하자고 한다. 그런데 과장 조금 보태서 ‘김밥천국’으로 직원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팀장이 사비로 회식을 쐈다. 분명히 팀장은 한턱 냈지만,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다. 사실 이 정도로 몰염치한 상황은 별로 없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본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어도 어떤 보상이나 보답을 해야 할 때 상대방의 기대치보다 낮게 하면, 보답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센스가 필요한데, 무언가 보답할 때는 기대치의 임계점보다 살짝 넘겨서 하는 것도 중요한 인생 센스 중 하나다. 그러면 그 상황은 상대방에게 오래도록 긍정적으로 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