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악랄하고 지독하다는 2030 젊은 진상

보통 진상이니 꼰대니 하는 말은 젊은 사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요즘 자영업자와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젊은 진상이 화제라고 한다. 그저 젊은 진상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피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 이성적인 젊은 진상

 

과거 진상은 주로 감정적인 대응이 많았다. 무언가 문제가 벌어졌을 때 이를 차분히 해결하려 하지 않고 화를 내 거나 목소리가 커진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해서 이런 반응이 나온 걸 수도 있다. 그래서 이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일단 화부터 진정시키고자 했다. 화가 가라앉고 이성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젊은 진상은 오히려 종업원보다도 이성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적다고 한다. 대신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상대의 멘탈을 무너뜨린다. 이성적이라는 말이 오히려 무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2) 목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화풀이

 

조목조목 따지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그 목적이 문제다. 진상이든 아니든, 과거에 고객이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는 지금 무언가 문제가 벌어졌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젊은 진상의 목적은 그게 아닌 듯하다.

 

 

 

 

불만을 터뜨리는 목적이 ‘상담원 기죽이기’인 걸까? 맛없다고 말로도 충분할 텐데 굳이 음식을 버려서 인증하는 이유는 뭘까? 내게는 그들의 목적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화풀이’처럼 보인다. 내가 기분이 나빴으니 너의 기분도 나쁘게 하겠다는 악의가 보인다.

 

목적이 이러니 응대하는 사람은 멘탈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감정적인 대응보다 더 심하게 멘탈이 무너진다. 게다가 대응 방안도 없다. 무조건 숙이고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뭐, 기분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화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런 성격은 도대체 얼마나 괴팍한 성격인가?

 

3) 올바름보다 친절함을 선택하라

 

사실 진상은 애매한 문제다. 정말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서 정당하게 항의하는 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진상은 그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폭언과 폭력이 이어지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젊은 진상은 폭언과 폭력을 내세우지 않는다.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 멘탈을 부실 자격까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아무리 논리가 확실하고 틀린 게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 <원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올바름과 친절함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 올바르고 정의로운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친절함이 있어야 한다. 상대를 해하기 위해 정의를 사용하면, 그것은 진정한 정의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폭력의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할 뿐이다.

 

4) 남의 집 귀한 자식 = 누군가의 엄마 아빠

 

과거 진상 손님을 향해 이런 말이 나왔다. “알바생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다.” 진상에게 상대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은 젊은 진상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그들이 멘탈을 부숴버리려고 하는 상대도 누군가의 엄마 아빠다. 우리 엄마 아빠가 저런 취급을 당해도 가만있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왜 타인의 엄마 아빠에게는 악의를 가지고 대하는가?

 

자영업자나 종업원 등 서비스직에 일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최소한의 존중을 잊지 말자. 그들의 멘탈을 부셔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언젠가는 내 가족, 어쩌면 나 자신이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

1) 요즘 진짜 개빡치는 젊은 진상.jpg, 개그집합소 (링크)

2) 요즘 젊은 진상 수준, 이토랜드 (링크)

3) 배민 사장님들이 가장 상처받는다는 리뷰.jpg, 이토랜드 (링크)

 

이미지 출처 :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